고체물리학계의 오랜 통념을 뒤집고, 전자의 무게와 상관없이 빛에 동일하게 반응해 전류를 흘려보내는 새로운 형태의 물리 법칙이 발견됐다. 전자가 무거울수록 반응이 둔해져 전류가 잘 흐르지 못할 것이라는 기존 학계의 상식을 정면으로 뒤집는 연구 결과다.
17일 아주대학교에 따르면 이 학교 물리학과 임준원 교수 연구팀은 최근 중앙대 김건우 교수와 한양대 김선우 교수, 영국 케임브리지대 바르토메우 몬세라트 교수, 일본 도쿄대 오창근 박사 등과 공동 연구를 통해 ‘보편적 광전도도 법칙’을 이론적으로 규명했다.
이번 연구는 고체 내부 전자의 겉보기 무게인 ‘유효 질량’이 광전도도(빛을 비췄을 때 전류가 흐르는 세기)를 결정한다는 기존 물리학 이론의 한계를 넘어섰다는 평가를 받는다.
연구팀은 특정 2차원 반금속 체계에서는 전자의 질량 정보가 완전히 소거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시스템에서 광전도도는 전자의 무게가 아닌, 전자 파동함수들 사이의 거리인 ‘양자 기하학적 성질’에 의해서만 결정됐다.
연구팀은 복잡한 물질 구조를 배제하고 오직 양자 상태 사이의 최대 거리라는 순수 기하학적 특성만으로 계산되는 단순한 보편 수학 공식을 유도했다. 특정 대칭 조건에서는 이 값이 일정한 상수로 고정되는 양자화 현상도 함께 규명했다.
연구팀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전자의 질량이 서로 판이한 ‘이중층 그래핀’, ‘비스무트 단층’, ‘탄화마그네슘 단층’ 등 실제 물질에서 모두 동일한 보편 광전도도가 나타남을 입증했다.
특히 꿈의 신소재로 불리는 이중층 그래핀의 베일에 싸여 있던 독특한 광학 현상이 사실은 양자기하학에서 비롯된 것임을 최초로 해석했다.
이번 발견은 차세대 양자 및 광전자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으로 기대된다. 기존에는 물질의 양자기하학적 특성을 측정하기 위해 복잡한 고차원 광학 실험이 필요했으나, 이제는 비교적 단순한 빛 측정만으로도 물질 내부의 양자 정보를 손쉽게 추출할 수 있게 됐다.
이는 초저전력 광전자 소자, 초정밀 양자 센서, 차세대 광통신 기술 개발을 앞당기는 핵심 원리가 될 전망이다.
임준원 아주대 교수는 “이번 연구는 전자의 질량이라는 기존 물성 개념을 넘어 양자 상태의 기하학적 구조 자체가 물질의 보편적 성질을 결정함을 보여준 결과”라며 “양자기하학이 실제 측정 가능한 보편 물리량으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학문적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지원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저명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