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인에게 받은 콧수염”…인종차별 논란의 통쾌한 반전

한국인 이진형씨, 멕시코 콧수염 착용해 인종차별 논란
이씨 “솜브레로도 콧수염도 현지인 통해 쓰게 된 것”
멕시코인들 “한국인들 우리 문화 사용하는 것 자랑스러워”...애정 표시로 해석

최근 멕시코 남성의 ‘눈 찢기’ 인종차별 행위에 이어 한국인이 가짜 콧수염을 붙인 사진이 해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돌며 멕시코인을 희화화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하지만 콧수염과 멕시코 전통 모자를 현지인으로부터 받은 사실이 알려지며 해외에서 그를 향한 응원이 쏟아지고 있다. 

 

멕시코 사포판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에서 이진형(29)씨가 ‘VIVA MEXICO’ 문구가 적힌 모자와 콧수염을 착용하고 엄지 척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진형씨 인스타그램 캡처

해프닝의 당사자는 2026 북중미 월드컵을 응원하기 위해 멕시코에 가 있는 이진형(29)씨다. 

 

이씨는 17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월드컵 경기장에 입장하는 길, 가는 중에도 멕시코 분들과 사진을 찍고 같이 응원하고 있었는데 한 멕시코 분이 콧수염을 무심하게 주고 가셨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가 썼던 솜브레로의 존재도 멕시코인과의 대화를 통해 알게 됐다고 한다. 그는 “평소 현지 문화 체험을 좋아한다”며 “가서 현지인과 소통을 하며 알게 되는 것이 많은데 이번에도 전날에 길거리 타코를 먹다가 현지인에게 이야기를 들어 솜브레로를 사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11일(현지시각) 2026 북중미 월드컵 A조 1차전 한국과 체코의 경기가 열린 멕시코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에서 이진형씨가 솜브레로와 콧수염을 착용한 채 응원을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논란은 지난 11일(현지시간) 그가 멕시코 월드컵 관중석에서 솜브레로와 인조 콧수염을 착용한 채 응원하는 모습이 포착되면서 시작됐다.

 

로이터 통신, 인도네시아 언론 매체 등을 통해 사진이 퍼지자 해외 SNS에서 일부 이용자들은 “특정 민족의 외모를 희화화한 것 아니냐”, “문화 도용이다”라며 인종차별을 주장했다. 한 해외 네티즌은 “그들의 세대가 정말 약해서 인조 콧수염까지 써야 했나”라며 한국인을 낮추듯이 말하기도 했다.

 

정작 멕시코인들은 이씨를 옹호했다. “멕시코인으로서 형제인 한국인들이 우리 풍습을 사용하는 게 정말 자랑스럽다”, “멕시코인들이 이 사람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봐라. 모두가 서로의 문화를 즐겁게 나누고 있을 뿐”이라는 반응이었다.

 

이씨가 멕시코인들에게 둘러싸여 헹가래를 받고 있는 모습. 이진형씨 인스타그램 캡처

 

이씨가 자신의 SNS 계정에 숏폼 영상을 게시한 뒤에도 긍정적인 반응은 이어졌다. 멕시코인들은 “전 세계의 축구 팬들이 축하와 연대의 의미로 모자를 교환하고 가짜 콧수염을 착용하는 것은 매우 흔하다”, “멕시코 문화에 대한 애정의 표시로 해석되고 우리는 전혀 불쾌하게 느끼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인들도 “현지 분이 선물해준 콧수염이면 욕할 게 하나도 없다”, “멕시코인이 주신 수염이 신의 한 수” 등 유쾌한 댓글을 남겼다.

 

이씨는 논란이 터졌을 당시 “티비에 나온 것에 만족하고 있었다”며 “인종차별은 생각지도 않고 있어 신경도 안 썼다”고 고백했다.

 

다만 다음 경기에선 그가 콧수염을 착용하고 응원하는 모습을 보지 못 할 전망이다. 이씨는 “콧수염은 보관중인데 접착 테이프가 약해져서 다음에는 사용하지 못할 것 같다”고 전했다.

 

한편 노무사로 일하던 그는 “결혼하고 책임져야 할 게 많아지면 월드컵은 더 이상 못 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퇴사를 하고 가게 됐다”고 멕시코에 가게 된 동기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