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한약사회 권영희 회장은 이른바 창고형 약국에 대해 “약을 돈벌이 수단으로만 보는 구조”, “의약품 사용의 안전관리 기능을 약화시킨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약은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국민 건강과 직결되는 공공재이며, 약사의 전문적 개입과 복약지도가 필수적이라는 취지이다. 명분만 놓고 보면 충분히 일리가 있고 공감할 수 있다. 그러나 권 회장의 주장을 약국들의 동물용 의약품 판매 현실과 함께 들여다보면 묘한 자기모순에 직면한다.
출처가 불명확하거나 탈법적으로 유통된 동물용 의약품을 무자료 현금 거래를 통해 공급받아 소비자에게 무분별하게 판매하는 일부 약국의 현실은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문제는 동물용 의약품 유통 경로의 적법성 여부를 떠나, 이러한 판매 방식이 과연 동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원칙에 부합하는가 하는 점이다. 현실에서는 보호자가 인터넷 검색이나 주변 경험담만으로 특정 약을 요구하거나, 약사가 동물의 단편적 증상 설명만 듣고 약을 권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 과정에서 동물의 건강 상태, 기저질환, 복용 중인 약물, 과거 부작용 이력처럼 담당 수의사의 판단 아래 반드시 검토되어야 할 핵심 정보들은 인간 편의에 따라 쉽게 생략된다.
수의사의 전문적 진단 없는 동물용 의약품 거래 관행은 동물 복지의 원칙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구토는 단순 소화불량일 수 있지만 장폐색, 췌장염, 신부전의 초기 신호일 수도 있다. 피부 가려움 역시 단순 알레르기가 아니라 감염, 호르몬 질환, 면역 질환의 시작일 수 있다. 사람은 자신의 증상과 부작용을 직접 표현할 수 있지만 동물은 그럴 수 없다. 인간 중심의 자의적 판단과 경험에 기대는 편의 위주의 동물약 유통 관행은 동물을 약물 오남용 위험에 그대로 노출시켰고, 동물 복지는 뒷전으로 밀려났다. 치료 시기를 놓치는 위험의 피해는 고스란히 말 못 하는 동물의 몫이다. 이러한 현실은 대한약사회가 창고형 약국에 제기한 “방치에 따른 약물 오남용 문제”와 구조적으로 조금도 다르지 않다.
김두현 동편동물병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