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시위대 봉쇄로 펜싱대표팀이 칼을 빌려 출국했다니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항의하며 개표소 봉쇄 시위를 이어가고 있는 17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 설치된 개표소 문 앞을 시민들이 지키고 있다. 2026.06.17. kch0523@newsis.com

‘개표소 봉쇄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서울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 입주한 체육단체들이 13일째 사무실에 들어가지 못해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대한체육회 회원종목단체들은 그제 오전부터 경찰의 협조 아래 사무실 진입을 시도했으나 시위대에 가로막혔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체육단체당 2명씩 순차로 사무실에 들어가 업무 물품을 가져오고 방송사 카메라 2대가 동행해 생중계한다’는 중재안을 마련해 시위 참가자 다수가 동의했으나, 강경 시위자 1명이 문을 붙잡고 저항에 나서면서 결국 이마저 불발됐다.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다.

아시아선수권대회 참가를 위해 16일 출국한 펜싱 국가대표 선수들은 펜싱 칼과 재킷, 신발 등 필수 개인 장비를 반출하지 못해 급하게 빌려야 했다. 평소 몸에 익은 장비도 챙기지 못하게 막다니, 이게 말이 되나. 그 피해는 시위대 누가 책임질 건가. 22일 인천에서 열리는 세계핀수영선수권대회를 준비 중인 대한수중·핀수영협회도 외국 선수단 비자 발급 협조 업무를 못하고 있다. 당구·핸드볼·우슈 등 9개 종목 단체는 사무실에서 공동인증서 등을 반출하지 못해 직원 급여 지급 등이 지연되고 있다. 오죽하면 유승민 대한체육회장이 공권력 행사를 요청하는 기자회견을 했겠는가.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대해 참정권 침해를 규탄하고 선거관리위원회 개혁을 주장하며 시위를 벌이는 건 정당한 시민의 권리이다. 그렇다고 시위대가 핸드볼 유소년 국가대표 선수들에 대해 소지품 검사 등 사적 검문을 하고, 취재기자 폭행, 경찰 모욕, 업무 방해 등 각종 불법행위를 저지르는 건 어떤 이유로든 정당화될 수 없다. 민주주의 실패를 막아야 한다는 명분을 갖고 시작된 집회와 시위가 무법천지가 되는 건 어불성설 아닌가. 이런 식으로는 민심의 지지는커녕 비난만 커질 뿐이다.

정부의 대처가 너무 미온적이다. 지금까지 경찰은 시위 상황 관리에 주력할 뿐 개입을 꺼리는 듯한 태도를 보여왔다. 공권력이 불법행위를 방치하면 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가기 마련이다. 늦었지만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이 “시설 점거 등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침해하는 모든 행위에 대해서는 끝까지 추적해 엄중히 책임을 묻겠다”는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했다. 이제라도 공권력을 행사해 시위대의 불법행위를 단호하게 막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