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세 중립국 스위스는 유럽연합(EU) 회원국이 아니다.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EU에 비교적 관대한 15% 관세율을 매겼다. 그러면서 스위스를 상대로는 39%나 되는 고율의 관세를 때렸다. 당황한 스위스 정부는 대통령이 나서 부랴부랴 백악관으로 달려갔으나 트럼프는 아예 만나주지도 않았다. 스위스가 EU 소속이 아니다 보니 유럽 우방국들도 침묵을 지켰다. 국제사회에서 ‘고립’이 얼마나 서러운 일인지 뼈저리게 느꼈을 것이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는 글로벌 다자 외교의 최고봉이다. 7개 회원국 정상들 외에 EU 정상회의 상임의장과 집행위원장도 참여하는 것이 오랜 관행이다. 여기에 회의를 주최하는 의장국 재량으로 여러 나라를 초청하는 것이 가능하다. 올해는 G7 의장인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초대를 받은 한국, 인도, 브라질, 케냐, 우크라이나 등이 함께했다. 한국이 이른바 ‘글로벌 사우스’(개발도상국)의 맹주를 자처하는 인도·브라질과 어깨를 나란히 한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다.
이번에 G7 회의가 열린 프랑스 에비앙은 스위스와의 접경지에 있다. 스위스 대도시이자 국제공항이 위치한 제네바까지 승용차로 딱 1시간 걸릴 만큼 가깝다. 그래서 트럼프 등 G7 회의에 참석하려는 정상들은 거의 다 제네바 공항을 거쳐 에비앙으로 이동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마찬가지였다. 회의 개막 이전 기 파르믈랭 스위스 대통령은 제네바에 상주하다시피 하며 이 대통령 등 각국 정상들을 직접 공항에서 맞이하고 환영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스위스와 프랑스가 G7 회의 공동 개최국인 줄 알 정도였다.
엊그제 마크롱은 G7 회의에 함께한 정상 부부들을 위해 음악회를 열었다. 스위스는 회원국도, 초청국도 아니지만 파르믈랭 대통령은 부인을 데리고 국경을 넘어 음악회에 동참했다. 행사 전 기념 촬영 때에는 이 대통령 바로 옆에 서서 한국인들 시선을 끌었다. 파르믈랭 대통령이 막간을 이용해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 등과 긴밀한 대화를 나누는 장면도 퍽 인상적이었다. 이웃 나라에서 열린 국제회의까지 스위스 외교의 지평을 넓히는 무대로 활용한 파르믈랭 대통령의 행보가 신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