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 기간 높은 상승률 기록 전망” 삼전·닉스 억대 성과급 상방 압력 2027년 물가 2.0% 목표치 상회 예측
중동 전쟁으로 치솟은 유가가 시차를 두고 다른 상품·서비스 가격을 밀어올리면서 올해 하반기 소비자 물가가 3% 내외 상승할 것이라는 한국은행 전망이 나왔다. 특히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억대 성과급이 전반적인 임금상승으로 이어지며 내년 물가 상방 압력을 키울 것으로 분석됐다.
한은은 17일 발표한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에서 “앞으로 물가는 상당 기간 높은 상승률을 이어갈 전망”이라고 밝혔다. 한은은 올해 하반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3% 내외, 근원물가 상승률을 2% 중후반으로 예상했다. 내년에는 유가 영향은 줄어들지만 소득 여건이 개선되고 임금상승세가 확산하면서 수요 측 압력이 점차 확대돼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근원물가 상승률이 모두 목표 수준(2.0%)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했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1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별관에서 열린 2026년 상반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기자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현송 한은 총재는 이날 설명회에서 “이전 수준으로 에너지 공급망이 정상화되고 국제유가가 안정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 같다”며 “그간 누적된 고유가 영향이 에너지뿐 아니라 시차를 두고 다른 품목으로도 파급될 수 있다”고 밝혔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즉각 석유류 가격이 뛰고 나서 6개월 후 공업제품 등 비에너지 품목 가격이 점차 상승하는 간접효과가 나타나 1년 정도 지속됐다.
신 총재는 또 “국내 경기 개선세에 따른 수요 압력도 점차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임금상승도 비용과 수요 양 측면에서 물가상방 압력을 더 높일 우려가 있다”고 전망했다.
한은은 특히 일부 정보기술(IT) 기업의 특별성과급에 주목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수억 원대 성과급이 전반적인 임금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고, 내년 물가를 밀어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지호 한은 조사·통계 담당 부총재보는 “여러 기업에서 임금 인상 요구가 확산되고 있고, 정부의 노동 관련 법제 변경으로 직고용 문제 등과 관련해서도 임금 이슈가 계속 나오고 있다”며 “임금을 통해 물가 상방 압력이 커지는 경로가 작동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특정 업종의 임금이 크게 오르면 다른 근로자들이 이를 임금 협상의 기준으로 삼고 임금체계 변화를 요구해 상승 흐름이 번질 수 있다고 봤다. 또 IT 종사자들이 소비를 늘리면 도소매· 음식숙박업 등 노동집약적인 서비스업 임금도 올라간다.
보고서에 따르면 예년 수준의 성과급이 나오면 물가에 영향을 주지 않지만, 업계 상위 10% 수준의 성과급을 지급하는 사업체 비중이 늘어나면 소비자물가는 5개월 뒤 0.05%포인트 상승했다. 올해 1분기 명목임금은 전년 동기보다 3.4% 올랐는데, 이 중 IT부문 성과급의 기여도는 1.3%포인트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