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란 전쟁이 끝나면서 석유화학 구조조정을 서둘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전쟁으로 멈췄던 중국·중동 업체들의 저가 공세가 종전과 함께 재개될 조짐을 보이면서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석유화학 산업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4개 산업단지(대산, 여수1·2호, 울산)를 대상으로 구조 재편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안에 단지별 최종 재편안을 마련하려고 했지만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부가 전쟁 파장 대응으로 바빠지면서 속도가 느려진 상황이다. 현재 대산과 여수1호만 재편 작업에 착수한 상태다. 업계 현장에선 울산과 여수2호도 구조조정을 서둘러 산업의 장기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17일 석유화학업계와 정부 당국에 따르면 울산 산단과 여수2호 산단 구조 개편 대상 기업들은 아직 구조조정 최종재편안을 정부에 제출하지 않았다. 대상 기업들이 아직 의견에 뜻을 모으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에쓰오일과 대한유화, SK지오센트릭이 협의 중인 울산 산단은 에쓰오일이 9조원을 투입한 ‘샤힌 프로젝트’가 뇌관으로 떠올랐다. 연 180만t 규모의 신규 에틸렌 설비를 감축 대상에 넣을지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면서다. 에쓰오일 측은 “모회사 아람코의 승인이 필요하다”며 난색을 표하는 반면, 구형 설비를 가진 대한유화와 SK지오센트릭은 “설비를 늘리는 회사와 줄여야 하는 회사가 따로 있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다”며 에쓰오일의 동참을 요구하고 있다. LG화학과 GS칼텍스가 협상을 벌이고 있는 여수 2호는 지분 구조와 사업 재편 방식 등을 둘러싼 이견으로 협상이 지지부진하다.
두 산단 모두 외국기업이 이해관계자에 포함돼 셈법이 더 복잡하다. 여수2호는 대상 기업인 GS칼텍스 지분 50%를 미국 셰브론이 쥐고 있고, 울산산단의 에쓰오일은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가 대주주다. 외교 문제로 비화할까 봐 정부가 압박을 넣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