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여당 더불어민주당의 8·17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파와 비당권파 간 신경전이 격화하고 있다. 정청래 대표가 당원 표심을 앞세운 ‘1인 1표제’를 띄우며 연임 행보에 무게를 싣는 가운데, 비당권파는 선거 패배 책임론을 고리로 정 대표의 연임 포기를 압박하고 있다.
유럽 순방을 마친 이재명 대통령이 귀국한 뒤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정 대표가 실제 출마 결심을 굳힐지에 따라 갈등은 전면전으로 번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 대표는 청와대 요청으로 18일 이 대통령 귀국 환영 장소인 성남공항에 나가기로 했지만, 당내에서는 전당대회 경쟁이 감정싸움으로 번지는 데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鄭 연임 출마 놓고 연일 충돌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의 순방 기간 거취 관련 발언을 삼가고 있지만, 연일 당원 호응도가 큰 의제인 ‘1인 1표제’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1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정 대표는 1인 1표제를 거론하며 “저는 당원파이고 개혁파”라고 강조했다. 당원주권주의를 앞세워 지지층 결집을 겨냥한 행보로 풀이된다.
민주당의 선거 결과를 평가하는 백서와 관련해 강 최고위원은 “축구 경기에서 패배한 감독과 코치진이 경기 평가서를 직접 작성한다면 누가 그 결과를 신뢰하겠느냐”며 “선거의 책임 있는 사람들이 스스로 평가하는 방식으로는 국민과 당원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당원은 영원하지만, 당권은 유한하다”고 말했다. 정 대표의 ‘정권은 짧고 국민은 영원한다’는 발언이 당청 간 긴장감을 불러온 것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정 대표가 연임 도전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대표직 사퇴는 24일 무렵으로 전망된다. 당헌·당규에 대표 연임 시 사퇴 시한에 대한 별도의 규정은 없지만, 2024년 이재명 당시 대표가 연임에 도전했을 때 전당대회준비위원회(전준위) 구성 이틀 전에 사퇴한 전례가 있다. 이번 전당대회 전준위는 26일에 구성될 예정이다.
◆‘멸칭’ 난무에 당내 우려 확산
양측 갈등은 당내를 넘어 지지층으로도 번지고 있다. 여권 지지층 내부에서는 친이재명 지지층에서 친문재인·정청래 인사들을 공격하기 위해 ‘문조털래유’(문재인·조국·김어준·정청래·유시민)라는 멸칭을, 반대로 친문·친청 지지층에서는 ‘한강새똥돼주길’(한준호·강득구·김민석·이동형·김용민·이언주·송영길)이라는 멸칭을 만들어 상대 측 인사들을 공격하고 있다.
수위를 넘어서는 갈등에 당내에서는 우려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3선 국회의원인 진성준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금 국민의 눈에 개혁의 경쟁보다 계파의 경쟁이, 민생의 목소리보다 당권의 목소리가 더 크게 들리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며 “지금은 누가 더 옳은지 증명할 시간이 아니라, 국민이 왜 민주당을 선택했는지 되새겨야 할 시간”이라는 취지로 한 당원이 자신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공유했다. 진 의원은 통화에서 “선거 전부터 누가 하는 소리들을 전부 ‘전대 포석’ 이렇게 과도하게 해석하고 말을 보태면서 상황이 악화됐다”며 “내심에 있는 문제를 자꾸 왈가왈부하니까 문제”라고 했다.
더 나아가 정책경쟁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광재 의원은 통화에서 “결국 통합의 목소리를 내는 사람. 당내 비전을 제대로 제시하는 사람이 전당대회 승리자가 될 것”이라며 “네거티브로 하면 당원들이 표를 안 준다”고 했다.
18일 이 대통령이 귀국하는 성남공항에 정 대표와 한병도 원내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가 참석하기로 한 것은 갈등 완화 제스처로 볼 여지도 있다. 이 자리에는 김 총리도 참석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