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AI 선도 기업들 잇단 한국 진출… ‘기술 종속’ 경고음

앤트로픽 서울 사무소 오픈

日·인도 이어 아시아 세 번째 구축
클로드 사용량 등 성장성 높이 평가
LG그룹 등 기업 시장 공략 본격화

오픈AI 이어 생성형 AI 격전지 돼
AI 서비스 국가 전략자산으로 부상
독자 기술력·공급 다변화 목소리

생성형 인공지능(AI) 서비스 ‘클로드’ 개발사 앤트로픽이 17일 서울 오피스를 열고 한국 시장 공략을 본격화한다. 국내 클로드 이용자가 늘어나는 가운데 기업용 시장 진출도 확대하기로 했다. 먼저 국내 시장에 진입한 오픈AI와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한국의 외산 AI 의존도가 높아지는 것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미국의 최신 AI 모델 수출 통제가 현실화하면서 민간·공공 분야 AI 시스템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생성형 인공지능(AI) 서비스 ‘클로드’ 개발사 앤트로픽이 17일 서울 오피스를 연다. 로이터연합뉴스

앤트로픽은 이날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서울 오피스 개소를 공식화했다. 지난해 10월 서울 오피스 계획을 밝힌 지 8개월 만이고, 아시아태평양(APAC) 지역에서는 일본(도쿄)과 인도(벵갈루루)에 이어 세 번째로 구축한 거점이다.

앤트로픽은 한국을 성장 가능성이 큰 시장으로 평가했다. 회사 자체 분석 결과 국내 클로드 사용량은 인구 규모 대비 기대치의 3.5배를 웃돌고, 전체 사용량과 1인당 사용량 모두 글로벌 상위 5개 시장에 들었다. 애플리케이션(앱)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에 따르면 국내 클로드 월간활성사용자(MAU)는 지난 4월 241만명으로 전년 동기보다 1148% 급증했다. AI 앱 사용자 순위는 3위지만 성장세는 가장 가파르다.



엔트로픽은 국내 이용자 확대에 힘입어 기업 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LG CNS와 LG그룹 전체 계열사에 클로드 적용이 가능한 통합 계약을 체결했고, CJ온스타일은 이날 클로드를 전사 AI 공식 플랫폼으로 채택했다고 밝혔다. 리걸테크 스타트업 로앤컴퍼니와 SK텔레콤도 각각 AI 법률 어시스턴트, AI 고객 서비스 모델에 클로드를 쓰고 있다.

 

해외 AI 선도 기업들이 한국 시장에 힘을 싣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높은 AI 활용도, 반도체·데이터센터·클라우드를 아우르는 AI 인프라, 네이버·카카오 등 대형 플랫폼을 통한 AI 서비스 적용 가능성이 대표적이다. 오픈AI도 지난해 서울 오피스 개설 당시 “한국이 미국 다음으로 챗GPT 유료 구독자가 많다”고 설명하며 풀스택 AI 생태계를 한국의 강점으로 꼽았다. 앤트로픽도 한국의 하드웨어, 개발자 생태계, 기업 AI 전환(AX) 시장이 모두 강하다고 평가했다.

문제는 한국 생성형 AI 시장이 커질수록 외산 모델 의존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이다. 국내 기업들도 뛰어난 AI 모델을 다수 개발하고 있지만 챗GPT나 클로드 같은 글로벌 범용 AI 챗봇 서비스는 사실상 없다. 막대한 투자 비용 탓에 국내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들은 검색과 포털, 통신 서비스 등에 AI를 적용해 AI 에이전트 기능을 강화하거나 해외 AI 모델을 묶어 제공하는 플랫폼 서비스, 산업 특화 모델 개발에 집중하는 중이다.

AI 서비스가 국가 전략자산으로 부상하면서 핵심 인프라에 활용할 최소한의 독자 AI 기술력을 갖추고 공급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정부가 미토스5·페이블5에 대해 외국인 접근을 제한하자 프랑스, 캐나다 등 동맹국조차 미국 AI 모델 의존도를 경계하며 자체 모델 개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첨단 AI 모델은 진입장벽이 높아 단순 소프트웨어 상품이 아닌 에너지 자원처럼 여겨지고 있다”며 “단일 국가나 기업, 모델 의존도를 낮추고 여러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산 최첨단 AI 모델 개발에 몰두하기보단 산업 활용에 기반을 둔 모델 개발 전략이 현실적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경선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연구위원은 “독자 모델을 확보하더라도 충분한 사용자·개발자 생태계를 확보하지 못하면 산업 파급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을 추진하는 동시에 한국 특화 ‘모두의 AI’ 서비스를 연내 내놓을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