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신규 대형원전 2기와 국내 첫 소형모듈원전(SMR) 1기가 건설될 부지를 각각 경북 영덕군과 부산 기장군으로 선정한 데 대해 환경·탈핵단체가 “전형적인 에너지 식민 정책”이라며 철회를 촉구했다.
환경운동연합은 17일 정부의 부지 선정안이 나온 직후 성명서를 내고 “주민의 수용성과 안전성, 최소한의 민주적 절차를 철저히 외면한 채 추진됐다”며 “즉각 철회하라”고 반발했다.
이들은 “신규 원전 부지로 선정된 영덕과 기장은 결코 ‘백지 상태의 부지’가 아니다”라며 “이곳은 핵시설로 인해 수십 년간 갈등과 고통을 겪어온 지역이며 주민들이 자신의 삶과 공동체를 지키기 위해 치열하게 싸워온 역사가 살아 있는 곳”이라고 짚었다.
이어 “영덕은 1980년대 후반부터 세 차례 핵폐기장 건설 계획을 막아낸 지역이다. 신규 원전 건설 계획에도 강력히 저항하며 반대 운동을 이어갔다”며 “주민들은 2015년11월 민간 주도의 주민투표를 실시했고 투표율 60.3%, 반대 91.7%라는 결과가 나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영덕은 원전 유치 과정이 지역사회에 얼마나 깊은 갈등과 상처를 남겼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며 “정부는 과거의 교훈을 되새기기는커녕 또다시 지역 공동체를 갈등의 소용돌이로 밀어 넣고 있다”고 규탄했다.
SMR 부지로 선정된 부산 기장에 대해서도 “이미 고리원전이 운영 중인 지역이다. 고리 2호기는 설계수명이 만료된 이후 한수원이 수명연장을 추진해 재가동하고 있으며, 고리 3·4호기 역시 수명 만료되어 정지해 있는 상태”라며 “인접 부지의 신고리원전까지 포함하면 기장은 국내 최대 규모의 원전 밀집 지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신규핵발전소저지전국비상행동도 이날 성명을 내고 “이번 결정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철회를 요구했다.
이들은 “이번 결정은 이미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려운 핵발전소 밀집지역인 경북 동해안에 또다시 핵발전소를 집중시키는 결정”이라며 “수도권과 대도시의 전력 소비를 위해 영남 동해안 지역 주민들에게 위험을 떠넘기고, 지역의 미래 발전 가능성마저 제약하는 전형적인 에너지 식민지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또 “특정 지역의 희생을 전제로 한 에너지 식민지 정책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고, 더 이상 용인될 수도 없다”며 “정부는 신규 핵발전소와 SMR 확대 정책을 폐기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한국수력원자력과 신규 원전 건설 부지선정평가위원회는 영덕을 1.4기가와트(GW)급 대형 원전 2기 건설지로 최종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0.7GW급 SMR 1기가 들어설 부지로는 기장을 낙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