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의 대표 관문은 광주송정역이다. 지난해 하루 평균 이용객은 2만7328명이다. 서남권 핵심 철도 거점이다. 하지만 송정역을 이용하려면 여간 불편을 겪어야 하는 게 아니다. 버스와 택시 등 대중교통을 이용해도 승·하차와 환승 구역의 부족으로 기차 시간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 대로변에서 승객들이 내리고 타면서 극심한 교통혼잡은 물론 사고 위험까지 안고 있다.
18일 서울로 가는 기차를 타기 위해 광주송정역을 찾은 회사원 이모(54)씨는 대중교통 대신에 자가용을 이용했다. 얼마 전 대중교통을 이용했다가 환승과 극심한 교통 정체로 기차를 놓칠 뻔한 악몽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씨는 자가용을 이용하면 주차비가 부담스럽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보다는 훨씬 편하고 안전하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다. 이씨는 “환승역이 버스와 택시, 도보 등 이동수단과 연결되지 않아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며 “조금만 일찍 와도 쉴 만한 공간이 없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씨처럼 광주송정역은 여전히 비좁은 데다 교통 불편과 혼잡, 환승체계 미비 등으로 서남권 관문역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광장 2배 확장… 보행·녹지 공간 확보
역사만 증축되고 광장을 그대로 두면 오히려 승객들이 더 불편을 겪을 수 있다는 게 광산구의 판단이다. 현재 광주송정역 광장의 규모는 다른 광역권 거점역과 비교해 현저히 작은 편이다. 부산역의 광장은 1만6662㎡로 광주송정역보다 4.6배, 동대구역의 광장은 2만5638㎡로 7.4배 더 넓다.
이 때문에 광산구는 역사 증축에 맞춰 광장을 1만3120㎡로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 보행과 녹지 공간을 확충하고 버스와 택시 승하차, 환승 기능을 대폭 강화하는 국가사업을 정부와 정치권에 건의했다. 이 같은 광주송정역 개선 사업에 필요한 사업비는 1055억원이다.
광산구는 역사 밖으로 나가면 관광과 문화, 쇼핑, 회의 등 다양한 기능을 할 수 있는 도시환경 개선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광주송정역사에서 상무대로와 중앙로, 1913송정역시장, 도산동을 잇는 상권 재생사업으로 문화와 관광의 거리로 만들겠다는 프로젝트다.
광산구는 광주송정역 주변의 장기간 방치된 유흥시설과 노후 건축물 정비에 나섰다. 1950년대 광주공항 인근에 위치한 광주송정역 주변에는 유흥가 밀집시설이 들어섰다. 이후 2004년 성매매특별법 시행으로 소멸되면서 유흥업소 노후 건물이 20년 이상 방치되고 있다. 광산구가 이 같은 붕괴 위험 건물을 정비하고 주차장과 쌈지쉼터 등으로 조성할 방침이다.
광산구는 광주송정역 주변의 도산동 지역 상권을 육성할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도산동 지역상권의 면적은 1만6465㎡이며, 점포수는 203곳에 달한다. 이 상권은 판소리 명창인 임방울 선생의 이름에서 유래된 거리로 지역 문화자원과 연계된 골목상권이다. 이 지역은 지속적인 도시개발과 인구 유입 등으로 성장 잠재력이 높다. 지역의 역사문화 자원을 활용해 국악 문화 콘텐츠, 전통문화체험, 지역 먹거리 콘텐츠 등을 결합한 문화형 골목상권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다.
◆돌봄 패러다임 바꾼 ‘광산형 살던 집’
광산구는 ‘광산형 살던 집’ 내실화에도 힘을 쏟고 있다. 광산형 살던 집은 우리나라의 통합돌봄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광산형 살던 집 프로젝트는 주거와 돌봄, 의료를 연계한 인프라를 구축해 노인이 요양기관이 아닌 살던 집에서 살다가 죽음을 맞이할 수 있게 하는 정책이다.
광산구는 지난해 2억원을 들여 요양기관에 장기 입원 후 퇴원한 노인과 시설 퇴소자가 지속적인 돌봄을 받을 수 있도록 공공임대 단지를 주거공간으로 바꿨다. 요양기관에서 치료를 받은 노인들이 자신의 집으로 가기 전에 돌봄을 받는 임시 주거공간이다. 공공임대 단지는 의료와 돌봄을 통합으로 지원하는 케어홈센터와 중간집으로 꾸며져 있다. 케어홈센터는 전담인력이 상주하는 단지 내 융합 돌봄센터다. 사회복지사와 작업치료사, 요양보호사 등 7명의 인력이 상담과 재활서비스, 돌봄 서비스를 하고 있다.
중간집은 요양기관에서 퇴원한 환자들을 돌보는 공간이다. 30가구의 주택에 마련된 중간집에서는 퇴원 후 치료와 재활을 안전하게 이어갈 수 있는 회복 공간의 역할을 한다. 또 회복은 물론 자립과 가정 복귀를 연계한 통합케어를 한다. 갓 퇴원한 노인들이 잠시 머물면서 건강을 추스르는 회복용 공간인 셈이다. 중간집 운영으로 환자들의 의료비가 72%가량 절감되는 효과를 낸 것으로 조사됐다.
광산형 살던 집 프로젝트의 만족도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케어홈 이용자 65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11월 조사한 결과 90% 이상이 모든 지표에서 ‘만족한다’고 응답했다. 또 중간집을 거쳐 간 입주민들의 고립감과 외로움 수치는 81% 감소했고, 전반적인 일상생활 만족도는 올라간 것으로 확인됐다. 광산구는 올해 해당 프로젝트를 동네 생활권 중심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기존 고령층에 쏠려 있던 혜택의 문턱을 낮춰 장기 입원을 겪은 환자나 중장년 1인 가구 등 다양한 취약계층으로 대상을 넓힐 계획이다.
보건복지부는 광산형 살던 집 프로젝트의 전국화에 나섰다. 올 3월 보건복지부가 주관해 열린 주거 인프라 연계 사업 간담회에서 광산구의 이 시책이 대표 사례로 소개됐다. 복지부는 또 회복형 지원 주택인 중간집을 전국 곳곳에 재활·돌봄 서비스를 제공해 퇴원 환자의 지역사회 복귀를 돕는 단기 지원 주택으로 구축할 계획이다. 복지부는 ‘2026년 중간집 모형 구축 사업’ 공모에서 광주 광산구를 지원 대상으로 선정하고 국비 2억원을 지원했다.
광산구 관계자는 “살던 집 프로젝트가 보건복지부 사업으로 전국 확산의 첫발을 뗐다”며 “시민이 시설에서 살던 곳, 지역으로 돌아와 회복하며 평범한 일상을 누리도록 돕는 돌봄의 대전환을 완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병규 광주광산구청장 “인접 지자체와 연대 강화… 플랫폼과 허브 역할 충실”
“연대와 연결, 상생으로 새로운 광산구를 열어가겠습니다.”
재선 도전에 성공한 박병규(사진) 광주 광산구청장은 다음 달 1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출범에 맞춰 ‘연결도시 광산’ 비전을 제시했다.
민선 9기 핵심공약인 ‘연결도시 광산’에 대해 박 구청장은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 일자리와 경제, 시민생활, 도시공간, 문화, 행정 등 다양한 영역을 유기적으로 잇는 플랫폼 도시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남과 광주의 통합으로 중심에 서게 된 광산구가 지역 상생발전을 이끌겠다는 구상이다.
박 구청장은 18일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통합시 출범으로 자치구 재정기반 확충 등 자치권 강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생활권과 산업권이 맞닿아 있는 인접 지자체와 연대를 강화하고 공동현안·행정수요에 함께 대응하는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덧붙였다.
인구 40만명의 광산구 역할과 관련해 박 구청장은 “인구뿐만 아니라 광주시 산업의 3분의 2를 차지해 서남권 교통과 경제의 중심이 됐다”며 “하지만 중심을 차지하려 하기보다는 플랫폼과 허브의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서울 따라 하기만 해서는 절대 안 된다’고 단언한 박 구청장은 “전남광주통합시는 국가 균형발전의 한 분야 역할을 해야 한다”며 “이를테면 전남광주특별시는 에너지를 생산, 저장하고 산업화하는 도시를 만들어 보겠다는 이런 방향이 설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선 8기 성과로 박 구청장은 지역사회가 폭넓게 참여한 ‘지속가능 일자리특구’를 꼽았다. 그는 “지속가능일자리회가 시민참여형 사회적 대화를 중심으로 지속 가능한 일자리 생태계 조성을 위한 정책 개발 및 시범사업 설계, 교육·홍보, 민관협력 등 다양한 기능을 했다”며 “시민참여형 일자리정책 제안집인 지속가능일자리 녹서를 바탕으로 올해도 시범사업으로 계속 추진된다”고 소개했다.
외국인 정책과 관련해 박 구청장은 “현 제도에서 도움을 받지 못한 이들에게 긴급지원 사업을 추진해 생계와 의료, 장제 등을 지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행정안전부 생활권 단위 로컬브랜딩 지원사업 공모에 선정돼 확보된 특별교부세로 광산구 월곡동을 선·이주민이 상생·화합하는 ‘광주 이태원’으로 만드는 토대를 마련하겠다”고 힘줘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