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외국인 ‘가성비 여행지’로…쇼핑 소비가 유통 실적 끌어올렸다

한국이 외국인 관광객에게 ‘가성비 여행지’로 떠오르고 있다. 원화 약세로 체감 비용이 낮아진 데다 K팝·K드라마 등 K콘텐츠 인기가 겹치면서 방한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관광객 증가는 곧바로 쇼핑 소비로 이어지고 있다.

 

CJ올리브영 제공

18일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방한 외래관광객은 476만명을 넘어 1분기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 신용카드 관광지출액은 3조2128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3.0% 늘었다. 관광객이 늘어난 만큼 국내에서 쓰는 돈도 함께 불어난 셈이다.

 

올해 방한 관광 시장은 사상 최대 흐름에 올라섰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2026년 6월 국제관광시장 전망’은 올해 방한 관광객을 2200만명으로 예상했다. 전년 대비 16.2%, 2019년 대비 25.7% 많은 수준이다.

 

수요를 밀어 올린 배경에는 환율이 있다. 6월 초 원·달러 환율은 장중 1540원대를 넘어섰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3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외국인 입장에서는 숙박, 식사, 쇼핑 비용이 그만큼 낮아졌다. 여기에 K콘텐츠 인기가 한국 방문의 이유를 만들고 있다.

 

소비는 중저가 뷰티와 식품에서 먼저 터졌다. 대표 수혜자는 CJ올리브영이다. CJ올리브영은 지난해 1~11월 전국 오프라인 매장에서 발생한 방한 외국인 누적 구매액이 1조원을 넘었다고 밝혔다. 2022년 연간 실적과 비교하면 26배 규모다. 전체 오프라인 매출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도 2022년 2% 수준에서 2025년 25%대로 뛰었다.

 

외국인 쇼핑 동선도 넓어졌다. 과거에는 명동·홍대 등 일부 상권에 집중됐지만, 최근에는 성수·강남·여의도 등 주요 상권으로 분산되고 있다. K뷰티를 찾는 관광객이 늘면서 중소 브랜드와 헬스·웰니스 제품까지 소비 범위가 확대되는 흐름이다.

 

백화점도 외국인 소비 효과를 보고 있다. 올해 1분기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은 명품과 외국인 매출 증가에 힘입어 호실적을 냈다. 롯데백화점의 1분기 외국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92% 늘었고, 본점 외국인 매출 비중은 23%까지 올라갔다. 신세계백화점은 본점 외국인 매출이 141% 증가했고, 본점 내 외국인 매출 비중은 28%대를 기록했다. 더현대서울도 1분기 외국인 매출이 121% 늘었다.

 

명품 소비도 함께 커졌다. 롯데백화점의 1분기 명품 매출은 30% 증가했고, 신세계와 현대백화점도 명품 매출이 30% 안팎 늘었다. 고환율이 중저가 쇼핑만 자극한 것이 아니라, 국내 백화점의 고가 소비까지 끌어올린 셈이다.

 

업계에서는 외국인 소비가 더 이상 일시적 특수에 그치지 않는다고 본다. 한국 방문 목적이 관광지 관람에서 쇼핑, 미식, 뷰티 체험으로 넓어지고 있어서다. 유통업계 입장에서는 외국인 관광객이 내수 부진을 메우는 새 수요층이 됐다.

 

다만 환율 효과만으로는 흐름을 오래 끌고 가기 어렵다. 재방문을 만들려면 가격 경쟁력에 상품력, 다국어 서비스, 결제 편의성, 면세·환급 시스템이 함께 따라가야 한다.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난 지금, 유통업계 경쟁은 ‘얼마나 싸게 파느냐’보다 ‘한국에서만 살 수 있는 경험을 얼마나 잘 설계하느냐’로 옮겨가고 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예전에는 중국·일본 관광객이 명동과 면세점 중심으로 소비했다면 지금은 다르다”며 “올리브영, 백화점, 편집숍, 성수 팝업스토어까지 소비 동선이 넓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외국인 관광객이 늘면 유통업계 매출이 함께 움직이는 구조가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