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4대강’이 아닌 ‘5대강’입니다. 섬진강유역환경청이 있어야 합니다.”
17일 전남 곡성군 섬진강 침실습지. 습지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퐁퐁다리’ 위를 걷던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이 같이 말했다. 발 아래로는 섬진강 물길이 파도치듯 흘렀고, 강변에는 갈대와 버드나무 군락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김 장관은 “오늘은 섬진강유역환경청 신설을 위한 사전 답사 성격으로 이곳에 왔지만, 돌아가서 정부 의사결정 과정을 공식화할 것”이라며 “대통령이 무엇이든 하면 속도감 있게 하라고 했으니 늦추지 않고 추진하겠다”고 의지를 내비쳤다.
◆섬진강유역환경청 신설, 왜?
이날 김 장관은 섬진강댐을 시작으로 본류를 따라 섬진강홍수통제출장소, 침실습지, 섬진강·보성강 합류부를 차례로 둘러본 뒤 하구까지 이동하며 유역 전 구간을 둘러봤다.
첫 일정인 섬진강홍수통제출장소에서도 ‘섬진강 독립 관리’ 필요성을 거론했다. 현재 각 주요 유역에는 기후부 산하 홍수통제소가 설치돼 있지만, 섬진강은 별도 홍수통제소 없이 영산강홍수통제소 아래 출장소가 관련 업무를 맡고 있다.
출장소에서 업무보고를 받고 난 뒤 김 장관은 “(통제소가 아닌) 출장소에서 섬진강 홍수 관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하면 섬진강 주변에 사는 분들은 마음이 아플 것”이라고 첫 마디를 꺼냈다. 그는 “섬진강 유역의 길이가 223km로 영산강 135km 보다 길다”며 “영산강의 상징성이 더 클 수는 있겠지만 길이나 면적으로 보면 섬진강이 훨씬 큰데도 영산강홍수통제소 아래 출장소에서 섬진강 홍수와 생태를 관리하는 데 대한 민원이 많다”고 짚었다.
이에 김금임 영산강홍수통제소장은 “섬진강 홍수 예보를 위해서는 수위 상황을 전반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상황을 관리할 최소 인력이 필요하다”며 “전문인력을 포함해 16명 정도가 필요하고, 전산실과 상황실 등 시스템도 갖춰져야 제 기능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섬진강에 일이 생기면 광주(영산강홍수통제소)에서 관리하고 있어 애로사항이 많다”고 덧붙였다.
김 장관은 “이제는 4대강이 아니라 5대강 체계로 관리해야 한다”며 “섬진강유역환경청 신설을 검토해 수량을 어떻게 조정하고 수생태계를 관리할지, 홍수 대응은 어떻게 강화할지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섬진강유역환경청 신설 필요성은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제기됐다. 섬진강 유역 관리를 맡는 영산강유역환경청이 전남 서부 영산강 수계에 있어 섬진강수계 관리가 상대적으로 미흡하다는 주민 민원과 문제제기 등이 이어지면서다.
특히 2020년 섬진강 유역에 큰 수해가 발생한 이후, 기후변화로 국지성 집중호우 등 지역별 기상 변화가 잦아지는 만큼 섬진강을 직접 관할하는 지방청을 신설해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 지역 밥그릇 싸움 변질될라… 실효성도 따져봐야
다만 유역청 신설 논의가 지역 간 유치 경쟁으로 번지면서 자칫 ‘지역 밥그릇 싸움’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별도 조직 신설에 따른 예산 투입에 비해 실제 유역 관리 역량이 얼마나 강화될지도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섬진강 유역은 전북과 전남, 경남 등 3개 광역단체에 걸쳐 있다. 전남 곡성·광양, 전북 남원, 경남 하동 등에서는 이미 유치 경쟁이 달아오른 상황이다.
이날 김 장관의 방문 소식이 알려지자 곡성과 광양 지역에서는 “섬진강유역환경청 곡성으로”, “장관님 방문을 계기로 광양 유치를 기원합니다” 등의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내걸렸다.
다만 김 장관은 입지 선정 과정에서 기후부의 관여를 최소화하겠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정부 부처 내에서 신설 방침이 확정되면 각 지역이 모두 유치하고 싶어할 수밖에 없다”며 “공정하게 심사위원회를 구성해 공모를 받고, 심사위원회가 결정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 과정은 누가 보더라도 동등하게 진행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예산 투입 대비 실효성도 앞으로 따져봐야 할 문제다. 기후부는 섬진강유역환경청 신설 시 공무원 정원을 새로 늘리기보다는 영산강유역환경청 등 기존 인력을 재배치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인력 쪼개기’가 되는 셈인데, 기존 영산강 유역 관리 업무에 공백이 생기거나 별도 유역청을 만들더라도 실제 관리 역량 강화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시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