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억 내놨지만 ‘퇴짜’…공정위, 배민·쿠팡 상생안 기각

공정위, 배민·쿠팡이츠 ‘동의의결’ 신청 기각
소상공인 단체들 “깊은 우려와 강력한 유감”

공정거래위원회가 입점업체에 갑질을 한 혐의 등을 받는 우아한형제들과 쿠팡의 동의의결안(자진시정안)을 기각했다. 공정위 심판을 받지 않는 조건으로 내놓은 최대 3000억원 규모의 상생지원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 수천억원대 과징금 부과 가능성이 커졌다. 소상공인 단체는 “깊은 우려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서울시내 한 음식점에 붙어있는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 스티커. 뉴스1

 

공정위는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과 쿠팡이츠를 운영하는 쿠팡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 사건 등과 관련한 동의의결 절차 개시 신청을 기각하기로 전원회의에서 의결했다고 18일 밝혔다. 동의의결은 공정위 조사·심의 대상인 사업자가 타당한 시정방안을 제안해 공정위의 인정을 받으면 위법 여부를 확정하지 않고 사건을 신속히 종결하는 제도다.

 

배민과 쿠팡이츠는 입점업체에 식 음가격과 최소 주문 금액 등 각종 혜택을 다른 배달 앱과 동일한 수준으로 맞추도록 ‘최혜 대우’를 강요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공정위는 이에 대한 제재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 격)를 지난해 발송했다. 쿠팡은 2023년 3월, 배달의민족은 2024년 5월부터 입점 업체가 최혜 대우 요구를 준수하지 않는 경우 각각 와우매장, 배민클럽 등 멤버십 회원에게 무료 배달 혜택이 부여되는 매장에서 제외한 것으로 파악됐다.

 

배민은 자사 배달서비스인 배민배달을 우대해 가게배달 업주의 전환을 유도한 혐의를, 쿠팡은 와우멤버십과 쿠팡이츠를 연계한 끼워팔기 혐의도 추가로 받고 있다. 배민은 모든 혐의에 대해, 쿠팡은 최혜대우 요구 사건에 한해 동의의결을 신청했다.

 

양사는 동의의결을 신청하며 입점업체 수수료 인하와 배달비 지원 등을 담은 상생지원 방안을 제시했다. 지원 규모는 배민은 3년간 3000억원, 쿠팡은 4년간 600억원이다. 최혜 대우 요구 표시를 삭제하고 와우 매장 제도와 무료 배달 혜택을 연계하는 정책도 중단하기로 했다.

 

하지만 공정위는 배달의민족과 쿠팡의 신청 내용이 동의의결 절차 개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판단, 동의의결 절차를 개시하지 않기로 했다. 이번 위반 행위로 영향받은 입점 업체와 소비자가 다수 있고, 이 때문에 경쟁제한 효과가 현저했다는 지적이다. 상생지원안 일부가 기존 프로모션과 중복되거나 내용이 구체적이지 않고 피해구제 규모도 충분하지 않다는 의견도 나왔다. 공정위 관계자는 “애초 여러 사업자가 이 시장에서 경쟁해보려고 했으나 두 회사의 위법 행위로 2개 법 위반 사업자가 과점하는 체제로 바뀌었다”고 했다.

 

공정위는 본안 심의로 넘어가 배달의민족과 쿠팡의 제재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다. 공정위 심사관이 전원회의에서 제시한 예상 과징금 규모는 배민이 2390억~5100억원, 쿠팡의 최혜대우 요구 사건은 250억~420억원 수준이다. 배달의민족의 경우 배민배달 우대와 부당광고 혐의 관련 매출액으로 약 7조7800억원이, 쿠팡이 동의의결을 신청하지 않은 끼워팔기 혐의와 관련된 매출액은 약 5조2600억원으로 추산됐다. 쿠팡의 끼워팔기 사건에 대해서는 최대 2104억원의 과징금이 추가로 부과될 수 있다. 과징금 등 제재 수위는 전원회의에서 최종 확정된다.

 

정희은 공정위 시장감시국장은 “(본안이) 조속히 심의되기를 바라고 있다”며 “구체적으로 몇 달 안에 전원회의를 연다고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올해를 넘기지 않으려고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쿠팡이츠 측은 “향후 심의 절차를 통해 회사의 입장을 성실히 소명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우아한형제 측은 “상생지원 규모는 과거 동의의결안이 확정된 사례와 비교해도 이례적이었다”며 “소상공인을 직접적으로 지원하는 동의의결 신청이 무산된 데 대해 아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번 공정위 결정에 소상공인연합회·전국상인연합회·한국외식업중앙회·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전국카페사장협동조합은 이날 공동 입장문을 내고 “배달앱 수수료 인하 기회와 소상공인을 위한 다양한 지원책 마련이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다”며 “깊은 우려와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과거 선례를 볼 때 최종 결론이 나기까지 최소 2~3년, 길게는 5년 이상이 소요될 것”이라며 “수년 뒤 공정위가 승소해 수백억원의 과징금을 거둔들 이미 문을 닫고 길거리로 나앉은 자영업자들에게는 무슨 소용이 있냐”고 반문했다.

 

이어 “비록 플랫폼 기업들의 초기 상생안이 미흡했을지언정 공정위는 기각이라는 극단적 선택 대신 적극적인 중재와 보완 명령으로 소상공인이 체감할 수 있는 확실한 지원책을 유도해야 했다”며 “당장의 구제책이 사라진 현실 속에서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목소리를 내고 스스로 공존의 길을 찾아가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