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보다 더 숨차면 COPD 의심…폐기능 검사·치료해야

연 317만명 사망하는 ‘침묵의 질병’
대기오염·인구 고령화로 환자 증가세
평소 다른 사람보다 쉽게 숨이 차거나 만성 기침, 가래 증상이 지속된다면 병원을 찾아 폐기능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평소 다른 사람보다 쉽게 숨이 차거나 계단을 오를 때 유독 힘들고, 만성 기침이나 가래 증상이 지속된다면 병원을 찾아 폐기능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호흡기 질환인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이 의심되기 때문이다.

 

COPD는 매년 전 세계에서 약 317만명이 사망할 정도로 위험한 질환이다. 하지만 노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증상으로 오해해 방치하는 경우가 많아 조기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

 

19일 국립보건연구원과 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에 따르면 COPD는 흡연 등에 따른 유해한 입자나 가스를 흡입했을 때 발생하는 폐의 비정상적인 염증 반응과 기류의 제한이 특징인 호흡기 질환이다.

 

이 질환에 걸리면 폐포가 망가지고 기관지가 좁아져 공기가 나가는 길이 막힌다. 폐와 기관지가 수년에 걸쳐 서서히 망가지는데, 한 번 나빠진 폐 기능을 되돌릴 수 없다는 점에서 조기 진단과 병의 악화를 막는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세계보건기구(WHO) 팩트시트에 따르면 COPD 환자는 전 세계적으로 2억5100만명이고, 매년 317만명 가량이 이 질환 때문에 숨을 거둔다고 한다.

폐활량 검사. 질병관리청

이렇듯 상당히 심각한 병이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사람들에게 생소한 질환이다.

 

국내 40대 인구의 COPD 유병률은 3.2%에 불과하고, 나이가 들수록 유병률이 오르지만, 상당수의 환자가 숨이 가쁜 증상을 그저 노화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방치하기 때문이다.

 

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 이사장인 유광하 건국대병원장은 “COPD는 예방과 치료가 가능한 질환”이라며 “하지만 인지도가 매우 낮다”고 지적했다. 

 

유 원장에 따르면 2013∼2017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 40세 이상의 COPD 진단율은 2.3%에 불과했다. 즉, 실제 환자 1000명 중 병을 인지한 사람은 23명뿐이라는 것이다.

 

국립보건연구원에 따르면 COPD를 방치함으로써 1조4000억원가량의 국가 경제적 손실이 발생한다. 이 가운데 간병 비용이 40%에 달한다.

 

COPD는 흡연과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에 국내 COPD는 ‘남자병’이라고도 불린다. 실제 2023년과 2024년 성별 사망 원인에서 COPD를 포함한 ‘만성하기도질환’이 연달아 남자 8위에 오르기도 했다.

 

유 원장은 “COPD의 급성 악화로 병원에 입원하면 사망률이 약 3년 후 50%이고, 7년 후에는 75%”라고 설명했다.

 

연령별 COPD 유병율 현황. 건국대병원

다만 의료진은 흡연과 무관하게 COPD에 걸린 환자의 비율이 12.9%로, 흡연 외에도 원인이 적잖다고 지적했다.

 

특히 최근에는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과 인구 고령화로 인해 COPD 환자 수와 질병 부담이 지속적으로 가중되고 있다. 실제 만성하기도질환 사망률은 1989년 9.1%였으나 2019년 12.0%로 급등했다.

 

이진국 건국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는 “COPD는 현재 진단도 잘 안되고, 1차 의료기관에서는 COPD 환자 진료를 잘 안 하려고 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환자가 상급종합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다”며 “경증 환자들이 1차 의료기관에서 진료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는 국가건강검진 체계를 개선해 폐기능 검사를 일반검진 항목에 포함했다. 이제 56세와 66세가 되면 이 검사를 받게 된다.

 

폐기능 검사는 왔다 갔다 하는 공기의 흐름을 보는 게 목적이다. 검사 시 폐활량이 적다면 기관지 확장제(흡입제) 검사를 다시 해 COPD 여부를 판단한다.

 

FVC(노력성 폐활량) 대비 FEV1(1초간 노력성 호기량)이 70% 미만이면 호흡 시 바람이 잘 안 빠진다는 뜻으로 COPD 확진 판정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