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선관위, 동명이인도 못 걸렀다… 2025년 대선만 ‘남의 명부 서명’ 2000건

지난 제21대 대통령선거에서 선거인이 타인의 선거인명부에 서명한 사례가 전국적으로 2000건 넘게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선거인명부 서명 착오 사례의 전체 규모가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 6·3 지방선거에서도 유사 사례가 발생하면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관리 부실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경기 과천시 중앙동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모습. 최상수 기자

18일 국민의힘 김민전 의원실이 중앙선관위로부터 제출받은 ‘공직선거 절차사무 개선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1대 대선에서 선거인이 타인의 선거인명부 서명란에 서명한 사례는 전국에서 총 2359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554건으로 가장 많았고, 부산 245건, 인천 161건, 경북 123건 등이 뒤를 이었다.

 

통상 선거인은 투표소에서 신분 확인을 거친 뒤 투표용지를 받을 때 선거인 명부상 본인 이름 옆 수령인란에 서명한다. 보고서를 작성한 절차사무 개선 태스크포스(TF)는 이 과정에서 선거인이 위아래 다른 칸에 서명하거나, 투표사무원이 동명이인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채 같은 이름의 다른 선거인 서명란을 안내하면서 이 같은 사례가 발생한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로 지난해 6월 경기 안양시 동안구의 한 투표소에서는 유권자의 투표용지 수령인란에 타인의 서명이 돼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고, 강원 춘천시 남면 소재 투표소에서도 이름이 비슷한 다른 유권자에게 잘못 서명을 받은 사례가 확인되기도 했다.

 

선관위가 지난해 12월 개정한 ‘공직선거 절차사무편람’에는 동명이인의 경우 생년월일을 구두로 확인하도록 하고, 선거인명부 대조 보조용구인 ‘자’ 등을 활용해 정확히 서명하도록 하는 등 개선 방안이 담겨있다. 문제는 유사 사례가 올해 6·3 지방선거에서도 반복됐다는 점이다. 선거일이었던 지난 3일 서울 강동구의 한 투표소에서는 선거관리인의 착오로 다른 선거인이 유권자의 선거인명부 서명란에 서명한 사례가 발생했다. 부산 사상구 엄궁동의 한 투표소에서도 “선거인명부에 이미 서명이 돼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고, 확인 결과 동명이인인 다른 유권자가 서명란에 잘못 서명한 것으로 파악됐다.

 

선거인명부 서명 착오가 곧바로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이 같은 사례들은 선거 때마다 중복투표나 대리투표 의혹의 근거로 제기돼왔다. 올해에도 유사 사례가 반복되면서 매뉴얼상 보완 조치가 실제 투표 현장에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김민전 의원은 “선거 때마다 같은 문제가 반복되는 것은 선관위 관리 부실의 증거”라며 “국민적 의혹이 계속 제기되는 만큼 이번 기회에 실체적 진실을 명확히 규명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