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할 때 나만 뒤처진다면…65세 男 10명 중 4명 앓는 COPD 검사해 보세요

“더더더 불어보세요! 멈추지 마세요! 더더더더 마시고 쭉 숨을 뱉겠습니다.”
18일 건국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 내과 폐 기능 검사실에서 기자가 폐활량 검사를 하고 있다. 질병관리청 제공

18일 방문한 건국대학교병원 호흡기·알레르기 내과 폐 기능 검사실에서 폐활량 검사를 해보는 기자에게 임상병리사가 정확한 검사를 위해 숨을 끝까지 내뱉어야 한다며 이렇게 외쳤다. 폐활량 검사는 받는 사람이 숨을 끝까지 쉬는 노력을 해야 해 환자 옆에서 의사·임상병리사가 검사를 돕는다.

 

올해 1월부터 국가건강검진에서 기자가 한 것과 같은 방식으로 55세·66세를 대상 폐 기능 검사가 추가됐다. 이는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을 조기에 발견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다.

◆염증으로 폐가 사라져 숨 쉬기 어려워지는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COPD는 염증으로 폐가 사라지거나 파괴돼 숨을 쉬기 어려워지는 질병을 말한다. 만성적인 호흡곤란·기침·가래가 특징이다. 1초 동안 내쉬는 공기가 6초 이상 숨을 강하게 내쉴 때 나오는 공기의 70% 이하일 경우 COPD로 진단된다.

 

2년 이상 기간 3개월 이상 기침·가래가 있으면 만성기관지염으로 분류되는데 그 중에서 폐 기능 검사를 했을 때 위의 기준을 만족하면 COPD로 분류된다. 비슷하게 폐기종을 진단받고 위 기준을 충족한다면 COPD로 판단된다.

 

COPD는 일반 폐질환과 다르게 완치가 되지 않는다. 늦게 발견할수록 악화된 폐를 가진 채 평생 살아야 하는 부담이 생긴다. 2019년 기준 국내 사망 원인 9위가 COPD 포함 만성하기도질환인 만큼 사망률이 높기도 하다. 그만큼 조기에 발견해서 치료하는게 중요하다.

 

이진국 건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는 “COPD병은 폐가 파괴된 후 치료하면 늦어서 정상생활을 할 수 없다”며 “조기에 발견해 흡입제를 포함한 치료와 재활에 힘쓰면 정상까지는 아니지만 일반인과 비슷하게 호전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빨리 발견할수록 좋다. 건강검진을 통해 COPD를 발견해 치료하면 환자들 예후도 좋고 비용 대비 효과도 좋다”고 강조했다.

유광하 건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병원장이 18일 COPD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질병관리청 제공

◆COPD 유병률 65세 이후↑…이상소견 시 병원 진단 필요

 

우리나라는 2024년 초고령사회로 진입했을 정도로 노인 인구가 급격히 늘고 있다. 문제는 노인층의 COPD 발병률이 높다는 점이다. 2007~2019년 COPD 유병률 추이를 보면 65세를 기준으로 급격히 높아진다. 55~59세 유병률은 11.9%, 60~64세 유병률은 16.4%지만 65~69세 유병률은 24.6%로 껑충 뛴다.

 

성별 차이도 큰 편이다. 55~59세 남성의 유병률은 18.1%지만 여성의 경우 3분의1 수준인 5.8%다. 60~64세 남성의 유병률은 29.7%, 여성은 7.2%고 65~69세 남성 유병률은 39.3%, 여성은 12.6%다.

 

정부는 국가건강검진에 폐 기능 검사를 추가한 이후 올해만 15만명이 COPD 이상소견을 보일 것으로 예측한다. 올해 2월 기준 1만5000명이 이상소견을 보이기도 했다.

 

국가건강검진을 받은 이후 ‘일반건강검진 결과 폐기능이상으로 확인됐다. COPD나 기타 폐기능 이상으로 호흡기 질환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안내를 받았다면 병원에 가서 폐 기능 검사를 반드시 받아야 한다.

 

유광하 건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병원장은 “COPD는 일반 폐질환과 증상이 비슷해서 폐 기능 검사를 해야만 진단을 받을 수 있다”며 “하지만 가벼운 운동을 할 때 주변 사람에 비해 피로감을 많이 느끼거나 숨 쉴 때 쌕쌕거리는 소리와 기침·가래가 심해질 경우 의심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진국 건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가 18일 COPD 조기 발견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 질병관리청 제공

◆정부 “2030년까지 한국인 맞춤형 COPD 치료법 개발할 것”

 

국가건강검진을 통해 문제를 조기에 발견할 수 있게 됐지만 동네 병·의원에서 COPD 진단을 받기는 쉽지 않다. COPD 진단을 위해서는 환자가 숨을 끝까지 내쉬는 등 진료에 적극 참여하고 의료진이 이를 옆에서 독려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기계사용을 위해 임상병리사도 따로 둬야한다. 그만큼 소규모 병·의원에는 이를 감당할 여력이 부족하다. 치료 역시 동네 병·의원에서 COPD 진단을 꺼리는 이유다. 치료를 위한 흡입제를 잘 사용할 수 있도록 환자를 교육해야 하지만 이에 대한 수가가 없어 동력이 없다는 게 의료계 입장이다.

 

이 교수는 “국가건강검진을 통해 환경이 개선되고 있어 교육수가가 마련되면 전환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보건소도 COPD 치료를 위한 1차 의료기관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COPD 예방법은 별도로 없다. 다만, 환자 중 흡연자 비중이 높고 공기질에 영향을 많이 받는 만큼 이러한 환경을 피하거나 마스크를 착용하는 게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문지용 건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과 교수는 “직업적으로 먼지·매연에 노출되면 쉽게 걸려 운전기사인 환자 비중이 높다”며 “어릴 때 폐가 충분히 성장하지 못한 경우 나이가 들어 걸릴 가능성도 높다”고 설명했다.

문지용 건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과 교수가 18일 폐기능검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질병관리청 제공

해외에서는 위험요인에 따라서 COPD를 5개 종류로 분류해 진단기준을 마련했다. 정부는 이를 확장해 국내 COPD 환자 맞춤형 진료를 위한 연구에 착수했다. 2030년까지 총 172억5000만원을 투입해 한국인 COPD 아형별 맞춤형 치료·중재기술 개발 연구를 완료하는 것이 목표다.

 

김영열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 만성질환 융복합연구부 호흡기·알레르기질환연구과 과장은 “지금까지는 COPD 증상이 나타나고 사후 대응이 이뤄졌지만 연구를 통해 선제 대응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