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시 재정위기 논란… 인수위 “실질부담 1조원 육박” vs 시 “구조적 세수 한계”

전북 전주시의 실질 재정 부담이 1조원에 육박한다는 진단이 나오면서 재정 건전성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민선 9기 전주시장직 인수위원회는 채무 증가와 우발채무 현실화 가능성 등을 이유로 전국 최고 수준의 재정 위험 상태라고 평가했다. 반면, 전주시는 ‘직장·주거 불일치’에 따른 구조적인 세수 한계가 재정 운영의 어려움을 키웠다고 설명한다.

 

민선 9기 전주시장직 인수위원회인 ‘시민주권 열린 전주 위원회’는 18일 전주시 재정을 복합 재정 위험 상태로 진단하고 비상 재정 관리체계 가동 방침을 밝혔다.

 

조지훈(맨 왼쪽) 전주시장 당선인과 전주시장직 인수위원회 위원들이 지난 9일 전주시청 브리핑룸에서 인수위 구성과 운영 방향을 밝히고 있다. 인수위 제공

인수위 산하 재정혁신특위에 따르면 올해 말 기준 전주시 일반채무는 6841억원, 임대형 민간투자사업(BTL)을 포함한 관리채무는 698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관리채무 비율은 22.5%로 행정안전부 재정 주의 기준인 25%에 근접한 수준이다.

 

특히 지방채 잔액은 유사 규모 지방자치단체 평균의 5배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탄소 소재 국가산업단지 협약 부담금 1221억원과 후백제 도성 토지 비축 사업 562억원 등 우발채무 1783억원, 국·도비 미 반환금 691억원, 타 회계 상환 부담 381억원 등을 합하면 실질 재정 부담은 총 9878억원에 달한다는 게 인수위의 분석이다.

 

인수위는 세입 증가세 둔화에도 대형 사업이 지속 추진된 점과 재정 통제 미흡 등을 위기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다. 이에 따라 신규 지방채 발행을 원칙적으로 동결하고 대형 사업에 대한 전면 재검토에 나설 방침이다.

 

반면, 전주시는 재정 악화의 배경으로 구조적인 세입 한계를 들고 있다.

 

전주시정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직주균형 실태 분석’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전주시의 고용 기반 직주비율은 0.598로 전북 지역 최하위 수준이다. 이는 전주에 거주하는 인구에 비해 지역 내 일자리가 부족하다는 의미다.

 

전주 거주자 중 인접 시군으로 출근하는 비율은 2016년 18.46%에서 지난해 21.74%까지 증가했다. 통근 기반 직주비율도 0.842로 전주로 유입되는 근로자보다 외부로 출근하는 인구가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통근은 완주군과 익산시, 김제시, 군산시에 집중됐다. 이들 4개 지역이 전체 통근 이동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우범기 전주시장이 2023년 4월 전주 동고산성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총사업비 1조원 규모의 '왕의궁원'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있다. 전주시 제공

전주시는 이 같은 직주불일치 현상이 산업 기능은 인접 시군에, 주거 기능은 전주에 집중되는 광역생활권 구조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시민들이 전주에 거주하면서도 산단이 밀집한 인근 지역에서 경제활동을 하고 해당 지자체에 세금을 내는 만큼 전주시가 상대적으로 세입 기반이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우범기 전주시장도 전날 기자 간담회에서 임기 중 채무가 급격히 늘어난 이유에 대해 이런 사유를 들며 “전주·김제 통합 등을 통해 도시 규모를 키우고 기업 투자유치를 통해 세수를 늘려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직주불일치가 전주시 재정의 구조적 취약성을 보여주는 지표는 될 수 있어도 현재의 재정위기를 직접 설명하는 요인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분석한다. 직주불일치 현상은 수년 전부터 지속돼 온 전주시의 구조적 문제인 반면, 최근 불거진 채무 증가와 재정 부담 확대는 대규모 투자사업 추진과 지방채 발행 등 재정 운영 정책의 영향이 더 직접적이라는 지적에서다. 그만큼 향후 지방채 증가 경위와 우발채무 규모의 적정성, 직주불일치가 실제 세수에 미친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검증해야 재정위기의 실체를 보다 정확히 판단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주시가 재정위기의 원인을 구조적 세입 한계에서 찾을 것인지, 아니면 채무 확대와 사업 추진 과정의 재정 운용 문제에서 찾을 것인지를 둘러싼 해석 차이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