굶주린 동료에 피 나눠주는 흡혈박쥐

천재 박쥐/ 요시 요벨/ 조은영 옮김/ 어크로스/ 2만6000원

 

우리는 오랫동안 인간을 닮은 동물에게서만 지능과 천재성을 발견해 왔다. 체스를 두는 침팬지나 그림을 그리는 코끼리가 대표적이다.

신간 ‘천재 박쥐’는 이러한 인간 중심적 시각에 의문을 던진다. 인간이 상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세상을 인식하고 살아가는 존재가 있다면, 그것 역시 천재성이라 부를 수 있지 않을까.

조은영 옮김/ 어크로스/ 2만6000원

박쥐는 전 세계 포유류의 약 20%를 차지하는 성공적인 진화의 산물이다. 초음파의 메아리로 주변 환경을 파악하고, 수백만 마리가 모인 군락에서도 서로의 목소리를 구별한다. 흡혈박쥐는 굶주린 동료에게 자신이 먹은 피를 나눠 주고, 과거의 도움을 기억하며 관계를 이어간다. 인간 사회를 연상시키는 협력과 신뢰의 체계가 박쥐 세계에도 존재하는 셈이다.



박쥐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인 요시 요벨은 20여년간의 현장 연구를 바탕으로 박쥐의 감각과 사회, 진화의 비밀을 흥미롭게 풀어낸다. 박쥐가 쥐보다 소나 말 같은 동물과 더 가까운 친척이라는 사실, 비행과 반향정위 중 어느 능력이 먼저 진화했는지를 둘러싼 논쟁은 과학 논픽션의 재미를 더한다.

책은 박쥐를 위험한 동물이 아니라 생태계의 중요한 구성원으로 바라보게 만든다. 해충을 조절하고 식물의 수분을 돕는 박쥐의 존재는 인간의 삶과도 맞닿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