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백유의스포츠속이야기] 정몽규 회장의 마지막 명예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2026 북중미 월드컵 첫 경기에서 체코에 2-1, 짜릿한 역전승을 거둬 온 나라가 축구 열기로 달아오르고 있다. 그라운드 위 선수들의 투혼은 눈부셨지만, 그 이면에서 한국 축구의 행정을 책임진 대한축구협회(KFA)는 폭풍 전야의 긴장감에서 벗어났다. 법원이 정몽규 회장에 대한 문화체육관광부의 중징계 요구 처분의 적법성을 두고 축구협회의 손을 들어주며 잠시 숨 고를 시간을 허락했기 때문이다.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12일, 대한축구협회가 문체부를 상대로 제기한 특정감사 결과 조치 요구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했다. 재판부는 문체부의 중징계 처분으로 인해 협회에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고, 이를 예방할 긴급한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1심 패소로 벼랑 끝에 몰렸던 정 회장으로서는 법원의 이번 결정으로 인해 월드컵 이후 거취를 정리할 기회를 얻게 된 셈이다.

 

사실 정 회장의 시선에서 바라본 지난 몇 년간의 과정은 다소 억울함이 있다. 윤석열정부는 정 회장을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몰아댔다. 지난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을 축하하는 만찬 초청에도 초대받지 못했다. 그 자리에서 대통령은 국제축구연맹(FIFA)이 16강팀에게 나눠준 배당금을 선수들에게 전액 지급하지 않고, 절반을 유소년 발전기금으로 썼다고 비판했다. 정부도 ‘자격정지 이상’이라는 초강수 중징계 카드로 그를 코너로 몰아넣었다. 그럼에도 정 회장은 지난해 2월 치러진 회장 선거에서 압도적인 지지로 4선 연임에 성공했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축구인들은 변함없이 현대가(家)에 전폭적인 지원과 리더십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강력한 신호를 보낸 것이다. 외부에서 보기에는 독단적인 장기 집권으로 비쳤을지 몰라도, 내부 구성원들은 합법적으로 선출된 수장에게 정부가 행정 칼날을 휘두르며 ‘쫓아내듯’ 사퇴를 압박하는 상황은 옳지 않다는 것을 투표로 보여준 것이다.

 

축구협회 정관상 자격정지 이상의 징계가 확정되면 회장직을 유지할 수 없다. 만약 이번 집행정지마저 기각되었다면 정 회장은 헌신의 세월을 뒤로한 채, 불명예스럽게 축구협회를 떠나야 했을 것이다. 다행히 법원의 현명한 판단으로 효력이 정지되면서, 정 회장은 지난달 약속했던 “월드컵 종료 후 사퇴”라는 확약과 일정을 주도적으로 이행할 수 있게 됐다.

 

법정 공방과 거듭된 여론 악화로 그의 명예와 리더십은 이미 큰 상처를 입었지만 마지막 ‘숨 고르기’의 시간을 벌었다. 정 회장이 당당하게 퇴진할 수 있는 최선의 퇴로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성백유 대한장애인수영연맹 회장·전 언론중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