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집에 살고 한 침대에서 잔다고
같은 꿈을 꾸는 거 아니더라
손잡고 걸어간다고
같은 곳에 도착한다는 보장은 없더라
조금 닮았고
많이 달라서
나란히 앉아서 일하고 점심 먹는다고
저녁 풍경이 비슷하지는 않더라
거리에서 함께 손 높이 든다고
언제까지고 나란히 갈 수는 없는 노릇이더라
갑자기 낯설어진 옆 사람을 발견하고
그런 사람인 줄 몰랐다며
상대를 탓하고
자신을 반성하지만
오해는 반복되고
그리하여 우리는 멸종하지 않는다
-시집 ‘우리는 멸종하지 않는다’(창비) 수록
●유병록
△1982년 옥천 출생. 201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작품 활동. 시집 ‘목숨이 두근거릴 때마다’, ‘아무 다짐도 하지 않기로 해요’ 등 발표. 김준성문학상, 천상병시문학상, 노작문학상 등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