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덕후’ 괴짜 부부가 묻다… 그래서, 화성서 어떻게 살건데

화성에 도시를 세운다면/ 잭 와이너스미스, 켈리 와이너스미스/ 지웅배 옮김/ 알에이치코리아/ 2만9800원

 

“우리는 우주 ‘덕후’다. 동시에 회의적인 사람들이다. 특히 우주 덕후들이 내놓는 가장 웅장한 계획에는 몹시 회의적이다.”

서문에서 생물과학자 켈리 와이너스미스와 만화가 잭 와이너스미스 부부는 이렇게 밝힌다. 수년간 인간의 우주 정착 가능성을 연구한 끝에 그들은 스스로를 ‘우주 망나니’라고 부르게 됐다고 말한다. 누구보다 우주를 사랑하지만, 누구보다 우주 개발 담론의 과장된 낙관론을 의심하게 됐기 때문이다.

잭 와이너스미스, 켈리 와이너스미스/ 지웅배 옮김/ 알에이치코리아/ 2만9800원

일론 머스크는 화성 이주를 공언하고, 민간 기업들은 경쟁적으로 로켓을 쏘아 올린다. 우주 정착은 더는 공상과학의 영역이 아니다. 하지만 이 책은 한 걸음 물러서서 묻는다. 인류는 정말 우주에 도시를 건설할 준비가 돼 있느냐고.



저자들은 우주 정착을 불가능하다고 단정하지도, 포기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도 않는다. 인간의 우주 정착은 언젠가 가능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논의는 지나치게 앞서 나가고 있으며,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책 전반부는 인간 생존의 근본 조건을 파고든다. 우주 방사선은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저중력 환경에서 임신과 출산은 가능한가. 아이는 정상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가. 자급자족하는 정착지에 필요한 식량과 물, 에너지는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화성에 가는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화성에서 살아가는 기술은 여전히 미지의 영역이라는 것이 저자들의 진단이다.

저자들은 우주 개척을 둘러싼 권력의 문제를 다루며 대중문화가 그려온 이상향적 우주 사회 이면의 과제를 드러낸다.

로켓 공학에서 생물학, 생태학, 심리학, 경제학, 역사, 국제법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연구를 종횡무진 넘나들지만, 서술은 놀랄 만큼 경쾌하다. 유머와 만화 삽화가 곳곳에 배치돼 무거운 주제를 부담 없이 읽게 한다. 우주 개척의 낭만에 도취된 시대, 이 책은 묻는다. 인류가 아직 모르는 것이 너무 많지 않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