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6·3 지방선거 패배 책임론을 계기로 장동혁 대표 체제의 명운을 둘러싼 정면충돌 국면으로 빠져들고 있다. 전날 의원총회에서 분출된 장 대표 퇴진론에 이어 다시 ‘가을 전 임기를 끝내라’는 조건부 사퇴요구가 분출했고, 당권파는 “외계어를 하시는 분들이 많다”며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당 안팎의 비판에도 장 대표의 ‘버티기’가 확고한 만큼 현 지도부 체제를 둘러싼 갈등이 연말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국민의힘 우재준 청년최고위원은 1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우리 지도부가 선관위 사태가 마무리되는 시점, 적어도 가을 전에는 임기를 종료했으면 좋겠다”며 지도부 퇴진론을 재차 꺼내 들었다. 최고위에서 공개적으로 지도부 총사퇴 요구가 나온 것은 지난 11일 우 청년최고위원, 15일 양향자 최고위원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그는 “그렇다면 적어도 우리 지도부가 이번 선관위 사태를 정치적인 유불리에 따라 이용한다는 불신도 해소할 수 있고, 당력도 집중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자 당권파인 조광한 최고위원은 “요즘 마이크만 잡으면 외계어를 하시는 분들이 많다”고 즉각 반발했다. 장 대표 체제에서 임명된 조 최고위원은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거론하며 “이 중요한 변곡점 속에서 장 대표는 청년들과 연대하며 무소불위의 대통령과 여당의 권력에 맞서 재선거 소청이라는 법적 투쟁의 최전선에 서 있다”며 장 대표를 두둔했다. 그러면서 “최근 나타난 정당 지지율의 ‘골든 크로스’는 지도부의 결단과 투쟁 방향에 대해 국민들께서 명확한 평가를 하셨음을 보여주는 객관적 지표”라면서 “단일대오로 뭉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점식 원내대표도 지도부를 향한 공개 비판 자제를 촉구하며 진화에 나섰다. 정 원내대표는 “최고위는 당 최고 의사결정기구로 지도부의 정제된 의견이 나가는 자리”라며 “사전회의나 비공개회의에서 얼마든지 개진할 수 있는 의견을 최고위 공개 발언으로 하는 건 결국 우리 당과 최고위 구성원들의 난맥상만 보여줄 뿐”이라며 갈등 확산을 차단했다.
당내 퇴진 요구가 거세지는 상황에서도 장 대표는 재선거 추진과 선관위 개혁 문제에 당력을 집중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그는 이날 최고위 모두발언에서 “재선거 실시 문제는 소청과 재판에만 맡겨선 안 된다”며 “국정조사와 특검을 통해 문제가 발견된 이후에는 그때 가서 무엇을 하려고 해도 늦을 것이다. 특별법을 도입해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비공개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장 대표가 우 최고위원에게 ‘당 내부 비판에 대한 목소리만 언론에 나오는 것보다, 특검법 수용이나 선관위 개혁 등에 대해 먼저 언급하면 국민과 당원에 울림 있는 목소리가 되지 않겠나’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전했다. 장 대표는 최고위를 마친 뒤 건강 문제로 응급실을 찾았다가 입원했다. 단식 후유증에 지방선거 기간 이어진 강행군, 선관위 사태 대응을 위한 현장 행보까지 겹치면서 건강이 악화된 것으로 전해졌다.
당내에서도 장 대표 퇴진 요구는 계속되고 있다. 친한(친한동훈)계 배현진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에서 “(당내 의원들) 70~80%보다 오히려 더 압도적으로 절대다수가 장 대표가 지금 사퇴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며 “최고위를 구성하는 분들도 결국에는 정치인 아니겠나. 가장 두려운 것은 국민의 시선이고 여론”이라고 지적했다. 유승민 전 의원도 “재선거 이슈 가지고 장 대표가 버텨봐야 얼마나 버티겠나”라며 “(선거에) 패배한 당 대표는 물러나는 게 정치적 도리”라고 말했다.
다만 선출직 최고위원 5명(김민수·신동욱·김재원·양향자·우재준) 중 4명의 사퇴가 현실화할 가능성은 작아 지도부 붕괴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경기도가 지역구인 국민의힘 의원들은 당초 이날 의원총회 직전 장 대표의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다가 잠정 보류하기도 했다. 일부 의원들이 반대 의견을 내면서 추가 의견 수렴을 거친 뒤 결정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 밖에서도 장 대표의 거취를 둘러싼 비판이 이어졌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CBS 라디오에서 “(장 대표) 본인 스스로가 (6·3 지방) 선거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날 생각은 추호도 없는 것 같다”며 “연말까지 이러고 저러고 갈등을 유지하다가 최종적으로 가서는 결국 그 자리를 보존하기 힘들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