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18일 사상 처음으로 ‘구천피’(코스피 9000) 고지를 밟으며 한국 자본시장의 새 역사를 썼다. 미국에서 전해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매파’(통화긴축 선호)적 신호도 코스피의 질주를 막지 못했다. 미국·이란 전쟁 종전 효과와 굳건한 반도체 호황 속에 시장의 시선은 1만피 너머를 향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199.60포인트(2.25%) 오른 9063.84에 거래를 마쳤다. 20.68포인트(0.23%) 오른 8884.92로 출발한 코스피는 개장 이후 상승폭을 키우며 낮 12시53분 9000.68을 달성해 처음 구천피를 찍었다. 이후 다시 하락하기도 했으나 금세 상승세를 되찾으며 9106.07까지 치고 올라갔다. 반면 코스닥은 전 거래일 대비 31.03포인트(3.01%) 내린 1000.93으로 장을 마감했다.
구천피 달성의 주역은 외국인이었다.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2700억원을 순매수하며 지수를 끌어올렸다. 반면 기관과 개인은 각 7700억원, 3700억원을 내다 팔며 차익을 실현했다. 종목별로는 코스피 ‘투톱’ 삼성전자(+4.62%)와 SK하이닉스(+6.51%)의 상승세가 컸다. 삼성전자는 36만2500원으로 올라섰고, SK하이닉스는 장중 8.61% 오른 273만8000원까지 치솟아 전일 기록한 사상 최고치(252만3000원)를 큰 폭으로 경신하기도 했다.
당초 이날 구천피 달성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였다. FOMC 회의 결과가 시장 예상보다 매파적이었던 탓에 뉴욕 증시가 일제히 하락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도체 슈퍼사이클을 등에 업은 코스피의 상승세는 쉽게 꺾이지 않았다. 여기에 최근 미국과 이란의 종전 합의로 전쟁 위험이 크게 완화되며 투자심리가 되살아난 점도 구천피 돌파의 주요 배경으로 분석된다.
코스피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10월27일 처음 4000선을 돌파한 코스피는 올해 들어서 ‘오천피’부터 구천피까지 4700포인트 넘게 올랐다. 상승률로는 110%를 넘겨 전 세계 주요 지수 가운데 압도적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날 종가 기준 1만까지는 936.16포인트만 남았다. 코스피가 단기간 급등했지만 견고한 실적 등 기초체력(펀더멘털)을 바탕으로 추가 상승 가능성이 크다는 게 증권가의 중론이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전쟁 위험 완화로 인플레이션 부담이 낮아지고 있고 다음주 마이크론 실적, 7월 중 2분기 실적시즌 등 불안을 상쇄할 있는 이벤트가 대기하고 있다”며 “현재는 밸류에이션 매력과 이익 모멘텀이 뒷받침되는 강세장이라는 점에서 상승 추세가 유효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