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올해 첫선을 보인 '워라밸+4.5 프로젝트'가 상반기에만 191개 참여 기업을 확보하며 연간 목표치의 86.8퍼센트를 달성했다. 노동시간을 줄이면 실적이 하락할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직무 재설계와 유연근무를 결합한 중소기업 현장에서는 업무 효율과 직원 만족도가 동시에 상승하는 성과가 가시화되고 있다.
◆ 비수도권과 50인 미만 영세 사업장 중심으로 확산
고용노동부는 18일 서울 구로구 현장에서 주 4.5일제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노사 관계자들과 '워라밸+4.5 프로젝트' 현장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물리적 근무 시간 단축이 불러온 실질적인 경영 성과를 집중적으로 공유했다.
워라밸+4.5 프로젝트는 노사 합의를 거쳐 임금 삭감 없이 주 4.5일제 등을 전격 시행하는 중소기업을 정책적으로 돕는 사업이다.
제도를 운용하는 노사발전재단은 노동시간을 단축한 노동자 1인당 월 최대 60만원을 지원한다. 또한 신규 인력을 채용할 경우에는 월 최대 80만원의 추가 지원금을 기업에 지급한다.
이러한 재정적 혜택과 맞물려 제도는 빠르게 현장에 녹아들고 있다. 현재 참여 기업 191곳 가운데 66퍼센트가 50인 미만 사업장으로 집계됐다.
지역별로는 수도권보다 비수도권 기업 비중이 57.6퍼센트로 더 높았다. 업종별 분포를 보면 제조업이 40.8퍼센트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서비스업이 25.7퍼센트, 도소매업이 14.7퍼센트 순으로 집계되며 다양한 산업군으로의 확산을 증명했다.
전체 참여 기업의 95.3퍼센트인 182곳은 주당 2시간 이상 노동시간을 실질적으로 줄였다. 이 가운데 44곳은 주당 4시간 이상을 단축하는 과감한 시도를 단행했다.
◆ 이직률 하락과 콘텐츠 품질 향상…업무 밀도 높인 현장 사례
이날 간담회에서는 물리적 근무 시간을 줄인 대신 업무 밀도를 높여 조직 만족도와 실적을 모두 방어한 기업들의 구체적인 사례가 발표됐다.
콘텐츠 제작업체인 재담미디어는 지난 3월부터 주 35시간 근무체계를 도입했다. 이 회사가 자체 실시한 조사 결과 일과 생활 균형 개선 체감도는 91퍼센트를 기록했다. 업무 효율 향상 체감도는 72퍼센트, 전반적인 직원 만족도는 88퍼센트에 달하며 긍정적인 내부 지표를 확인했다.
부산에 위치한 IT기업 이온엠솔루션은 주 평균 근무시간을 38시간으로 축소했다. 줄어든 시간은 그룹웨어 적극 활용과 업무 효율화로 상쇄해 기존 실적을 굳건히 유지했다.
특히 직원들의 일과 생활 균형이 획기적으로 개선되면서 핵심 인력의 이직률이 크게 하락하는 재무적 성과를 거두었다고 회사 측은 강조했다.
간담회가 열린 유비온은 지난 4월부터 매주 금요일 2시간 조기퇴근제를 시행하고 있다. 이 회사는 근무 시간이 줄어든 만큼 직무를 전면 재설계하고 인공지능을 활용해 업무 공백을 최소화했다.
권창준 노동부 차관은 이러한 현장의 혁신을 언급하며 화답했다. 권 차관은 지난달 출범한 생산성 향상 지원단과 함께 인공지능 활용, 기술혁신, 일하는 방식 개선 등을 지원해 노동시간 단축이 기업 성과로 온전히 이어지도록 뒷받침하겠다고 약속했다.
◆ 생산성 유지 효과 입증한 글로벌 선행 모델
노동시간 단축이 기업 생산성 향상으로 직결되는 핵심은 ‘업무 프로세스의 디지털 전환’과 ‘핵심 인력 이탈 방지 비용 절감’에 있다.
특히 중소기업의 고질적 난제인 높은 이직률을 통제함으로써, 신규 채용과 재교육에 소요되는 막대한 매몰 비용을 대폭 절감하는 재무적 선순환을 이끌어낸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중소기업 현장의 긍정적 지표는 해외 선행 사례의 궤적과 일치한다. 아이슬란드는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전체 노동인구의 약 1퍼센트인 2500명을 대상으로 주 4일 근무 파일럿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생산성이 기존과 동일하게 유지되거나 오히려 향상되었다는 학계의 평가를 받았다. 이 실험을 토대로 현재 아이슬란드 노동자의 86퍼센트는 종전과 동일한 임금을 수령하며 더 짧게 일할 권리를 제도적으로 확보했다.
벨기에는 2022년 유럽권 최초로 주 4일제를 법제화하는 획기적인 행보를 보였다. 이후 2024년 겐트대학교 연구진과 함께 32시간 근무 파일럿 테스트를 수행했다.
해당 연구의 초기 데이터는 직원들의 정신적 복지 향상이 뚜렷한 반면 기업의 생산성 저하는 유의미하게 나타나지 않는다는 결론으로 수렴하고 있다.
권창준 노동부 차관은 “주 4.5일제 안착 등 실질적인 노동시간 단축은 노동자의 삶의 질 향상뿐만 아니라 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필수 불가결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수도권과 지방,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노동시간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워라밸+4.5 프로젝트 지원 규모를 더욱 확대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