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체검사 위·수탁 개편 논의 본격화…‘손실 보전’ 놓고 이견

의협 “진료 반영 보상” vs 진단검사의학계 “검사 수행 주체 우선”

정부가 검체검사와 CT·MRI 수가를 조정하고 검체검사 위·수탁 보상체계를 개편하기로 하면서 입장차가 커지고 있다.

 

뉴시스

19일 의료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지난 17일 '지역·필수의료 강화를 위한 건강보험 수가 구조 혁신 공청회'를 열고 수가 조정 방안을 공개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2023년 의료기관 회계자료를 분석한 결과, 검체검사의 평균 비용 대비 수익 비율은 약 190%, CT·MRI는 약 200%로 나타났다. 투입 비용 100원당 평균 190원, 200원의 수익이 발생했다는 의미로, 기관·검사 종류에 따라 차이는 있다.

 

복지부는 1단계로 비용 대비 수익이 150%를 넘는 검사 수가를 150% 수준으로 낮추고, 2028년 추가 분석을 거쳐 균형을 맞추는 2단계 조정을 추진한다. 1단계만으로 연간 2조원 이상이 절감될 것으로 보며, 확보한 재원은 진찰료와 응급·소아·분만 등 지역·필수의료에 투입할 방침이다.

 

병·의원이 검체를 채취해 전문 검사기관에 보내면 수탁기관이 검사를 수행하는 구조다. 현행 고시상 위탁기관에는 위탁검사관리료가, 수탁기관에는 검사료가 구분돼 지급되지만, 현장에서는 위탁기관이 비용을 일괄 청구한 뒤 수탁기관과 정산하는 방식이 관행으로 굳어졌다. 이 과정에서 수탁기관이 검사료를 할인하고 위탁기관이 차액 일부를 확보하는 거래가 형성됐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정부는 위탁검사관리료를 폐지하고 위·수탁기관의 역할을 반영한 별도 수가를 두는 방안을 추진한다. 최근 검체 변경 등 환자안전 사고도 질 관리 강화 논의에 힘을 실었다.

 

대한의사협회는 제도 개편으로 병·의원 수입이 급감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의협은 지난 16일 국회 토론회에서 위탁기관과 수탁기관의 검사료 배분율을 최소 58대 42 수준으로 조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검사 선택과 결과 해석, 치료 방향 결정에도 의사의 전문적 판단이 들어가는 만큼, 이를 보상하는 가칭 '검체판단료' 신설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미국·일본 등의 사례도 근거로 들었다.

 

대한진단검사의학회는 위탁기관 손실을 기존 수익 수준에 맞춰 보전하는 방식에 반대한다. 58대 42 배분율과 검체판단료 신설이 기존 할인 거래에서 발생한 수익 구조를 제도적으로 고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학회는 원가보상률이 190%라면 자체 검사실 운영이 유리해야 하는데도, 외부 위탁을 택하면서 검사료 절반 이상을 요구하는 것은 신중히 따져야 한다고 본다. 위탁기관 배분율을 지나치게 높이면 의료기관의 자체 검사 역량 확보 유인이 줄어 외주 의존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양측 모두 검사 정확성과 질 관리, 환자 안전 강화에는 이견이 없다. 쟁점은 위탁기관의 검사 선택·해석과 수탁기관의 검사 수행·품질관리 가치를 각각 어떻게 평가할지다. 정부가 검토하는 구체적 배분율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복지부는 의료계와 학회 의견을 추가 수렴한 뒤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세부 개편안을 확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