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국조, 개헌 포함한 충실한 개혁안 마련하길 [논설실의 관점]

李, 개헌 제안…국조 특위서 열린 논의를
주요국선 선거조직 외부 견제·감시 상식
선관위는 권고안 수용해 특권 내려놔야
[과천=뉴시스] 조성우 기자 = 투표용지 부족 사태 진상규명위원회 첫 회의가 10일 제1차 회의를 열고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한다. 진상규명위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발생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 원인 및 책임 규명 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사진은 이날 경기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과천청사 모습. 2026.06.10. xconfind@newsis.com

이재명 대통령이 19일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사태를 계기로 개혁 도마 위에 오른 선관위에 대해 “필요하다면, 여야 간 의견 일치가 된다면 원포인트 개헌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선관위는 2003년 고위 간부 자녀에 대한 조직적 특혜 채용 비리로 감사원의 직무감찰을 받게 되자 헌재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고, 헌재는 감사원이 선관위에 대해 실시한 직무감찰이 헌법상 선관위의 독립성을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행정부 소속 기관이 아니라서 감사원 감찰 대상이 아니라는 취지다.

 

하지만 이번에 드러난 선관위의 무능과 부실, 기강해이는 자체 개혁만으로 치유할 수 있는 수준을 넘었다. 여야는 감사원의 선관위 직무감찰이 가능하도록 개헌을 하는 방안까지 포함해서 포괄적인 개혁안을 내놔야 할 것이다. 대법관이 선관위원장을 겸직해 조직구조가 느슨해진 것도 사실이다. 조직구조를 손보려면 개헌이 필요하다.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사태를 조사해온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진상규명위도 이날 “해체에 가까운 대대적 혁신이 필요하다”며 감사원 직무감찰 범위에 선관위를 포함하는 등의 재발 방지책을 제안했다. 선거관리의 총체적 부실에 책임을 물어 노태악 전 위원장을 비롯한 수뇌부 12명에 대한 수사 의뢰도 선관위에 권고했다. 선관위 수뇌부의 직무유기 등도 수사를 통해 책임을 가려야 마땅하다.

 

선관위는 ‘헌법상 독립기관’이라는 지위를 앞세워 1963년 출범 후 단 한 번도 감사원 직무감찰을 받은 적 없다. 이와 달리 영국과 프랑스, 독일 등 주요 민주국가에선 선거관리 조직이 외부 통제를 받는 게 상식이다. 개헌 전이라도 선관위는 일반 사무에 대해선 직무감찰을 피할 이유가 없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선관위는 진상규명위 제안을 수용해 스스로 특권을 내려놓길 바란다.

진상규명위는 더불어 △투표용지 인쇄 축소비율 70% 이상으로 상향 △무번호 투표용지 최소화 △중앙선관위 사무처 전결 범위 축소 △중앙선관위원장 상근제 도입 △현장대응요령 중심의 매뉴얼 정비 △투표소별 투표율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 등도 재발 방지책으로 내놨다. 하나같이 선관위가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다.

 

이번 사태를 돌이켜보면 유권자 대비 투표용지 최소 인쇄 기준을 기존 60%에서 50%로 낮추면서 공식회의조차 열지 않고 중앙선관위 사무총장 전결로 처리했다. 투표용지 관리는 선관위의 핵심 업무일 텐데 중앙선관위원들도 모른 채 최소 인쇄 기준을 낮췄다니 상식 밖의 일이다. 선거 당일 추가 송부된 투표용지 상당수는 일련번호가 없어 현장에서 일일이 손으로 번호를 적어 넣다가 투표 중단이 길어졌고, 일부 유권자는 투표하지 않은 채 돌아갔다. 기재 오류도 다수 발견됐다니 기가 막히다. 사전에 투표소별 투표율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했다면 현장에서 보다 신속하게 대비할 수 있었을 텐데 무능과 무책임이 도를 넘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국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가 지난 18일부터 가동에 들어갔다. 국정감사 피감기관인 선관위를 상대로 한 국조는 이번이 처음이다. 진상규명위 제안을 토대로 심도있는 토의를 하기 바란다. 민주주의의 근간을 훼손한 투표 부실 문제만큼은 정쟁의 대상으로 삼아선 안 된다. 선관위의 구조적인 문제를 점검하고, 개혁안을 마련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