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재활용센터 신체 발견 사건’ 전말…경찰, 관련자 수사 착수

요양병원 자원봉사자가 깁스로 착각해 배출
사진=뉴시스

인천 송도의 한 재활용품 처리시설에서 발견돼 강력범죄 가능성까지 제기됐던 ‘사람 다리’가 인근 요양병원에 입원해 있던 80대 여성 환자의 절단된 다리로 확인됐다. 청소 자원봉사자가 괴사한 다리를 깁스용 석고로 착각해 재활용품으로 잘못 배출한 것이 사건의 실체로, 경찰은 관련자들의 폐기물관리법·의료법 위반 여부를 가리는 수사에 착수했다.

 

◆ 재활용품 속 인체 다리 발견과 경찰의 초기 대응

 

이헌 인천 연수경찰서 형사과장은 19일 오전 연수서 소회의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인천 중구 소재 A요양병원 법인과 관리 책임자, 쓰레기를 배출한 자원봉사자를 폐기물관리법 위반 여부에 대해 면밀히 검토해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입건된 사람은 없으며 입건 전 조사 단계다.

 

‘인천 재활용센터 신체 발견 사건’은 지난 6월 10일 오후 2시 28분쯤 인천 연수구 송도동 남부권 광역 생활자원회수센터에서 재활용품 선별 작업 중 신체 일부가 발견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당시 현장에서 발견된 신체 부위가 인체로 확인되자 경찰은 누군가 시신을 훼손해 유기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강력범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고 어린아이일 가능성도 열어둬야 했다.

 

이에 경찰은 초기 64명 규모의 대규모 수사본부를 신속히 설치했다. 수사본부 규모는 이후 100여명까지 늘었다. 쓰레기 회수 지역이 약 2500개 지점에 달할 만큼 방대했기 때문이다.

 

또 보존 기간이 짧은 폐쇄회로(CC)TV 영상을 단기간에 확보하려면 대규모 인력 투입이 불가피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18일 발견된 다리와 요양병원 입원 환자의 유전자(DNA)가 일치한다는 소견을 경찰에 전달했다.

 

사건의 전말은 A요양병원 측의 자진 신고로 드러났다. 언론 보도를 접한 병원 측은 자체적으로 CCTV를 확인한 뒤 17일 경찰서 민원실을 직접 찾아 신고했다.

 

영상에는 청소 자원봉사자가 해당 다리를 재활용품 봉투로 옮겨 담아 반출하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 80대 환자 입원 배경과 다리 절단 경위

 

해당 환자는 원래 대형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았으나 더 이상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판정을 받았다.

 

가족들은 환자를 모시고 나와 여러 병원에 전원을 수소문했지만 상태가 위중해 받아주는 곳이 없었다. 결국 가족들의 간절한 요청 끝에 A요양병원이 입원을 수락했다. 환자가 입원한 시점은 6월 1일이다.

 

환자의 나이는 89세로, 고령에 노환이 겹쳐 심장 기능이 크게 약해진 상태였다. 심장 박동이 원활하지 않아 혈액과 산소가 다리 끝까지 공급되지 못했고, 입원 당시 이미 다리는 완전히 괴사한 상태였다.

 

병실에서의 다리 절단은 입원 일주일 뒤인 6월 8일 가족들이 동석한 가운데 이뤄졌다.

 

이 과장은 “연세가 89세다. 노환으로 심장이 약해져 심장 박동으로 피가 몸 전체까지 돌아야 하는데 다리 쪽까지 피가 잘 가지 못하다 보니 산소 공급과 혈액 공급이 제대로 안 돼 다리가 괴사한 것”이라고 원인을 설명했다.

 

이어 다리 괴사가 심해 이미 다량의 고름이 차 있었고 신경이 전부 손상돼 마취가 필요 없을 정도였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다리를 들어올렸을 때 무릎 부위가 이미 분리된 상태였고 다리 뒷부분을 가위로 절단했을 뿐이라는 병원 측 진술을 확보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 자원봉사자의 오인과 폐기물 분류 오류

 

절단된 다리가 의료폐기물이 아닌 재활용품으로 분류된 원인은 청소 자원봉사자의 착각이었다.

 

병원 측은 6월 8일 절단한 다리를 의료폐기물 전용 용기에 보관했으나, 이튿날인 9일 60대 남성 청소 자원봉사자가 이를 깁스용 석고 붕대로 오인해 재활용품 봉투에 담아 배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로 인해 인체 조직이 외부로 반출되는 치명적 오류가 발생한 것이다.

 

현행 폐기물관리법상 절단된 인체 조직은 감염 위험이 있는 의료폐기물로 분류돼 일반 쓰레기나 재활용품과 섞여 배출될 수 없다.

 

◆ 폐기물관리법·의료법 위반 여부 수사 전망

 

한편 경찰은 관련자들의 법적 책임을 묻기 위한 조사를 본격화했다. 의료폐기물을 전용 용기를 사용하지 않고 배출할 경우 폐기물관리법에 따라 2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요양병원 병실에서 절단 시술을 진행한 행위가 의료법 위반에 해당하는지는 추가 법률 검토가 필요하다. 이 과장은 “의료법을 어제 하루 종일 들여다봤는데 처벌하는 조항은 찾지 못했다”며 “혼자 판단할 일이 아닌 것 같고 대한의사협회나 보건복지부, 변호사들의 자문을 통해 좀 더 명확하게 결론을 낼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