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식탁에서 마주하는 젓가락은 한·중·일 3국 모두에서 사용되지만 재질과 길이, 형태, 역할까지 나라마다 차이를 보인다. 같은 ‘젓가락 문화권’에 속하면서도 각국의 식습관과 문화에 맞춰 저마다의 모습으로 발전해온 것이다. 가깝고도 먼 세 나라의 젓가락에 담긴 문화적 디테일을 들여다봤다.
◆ 젓가락이 확산된 이유
동서양의 식기 문화는 조리법의 차이에서 기인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에드워드 왕 미국 로완대학교 역사학과 교수의 저서 ‘젓가락’에 따르면, 동양은 조리 단계부터 식재료를 잘게 썰어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젓가락 사용이 정착했다. 반면 서양은 육류를 통째로 구운 뒤 식탁에서 잘라 먹어 포크와 나이프가 발달했다.
또한 그는 “숟가락보다 젓가락이 주된 식사 도구로 자리 잡게 된 것은 국수·만두 같은 밀가루 음식의 확산 덕분”이라며 “이러한 음식들이 젓가락의 발상지인 중국에서 대유행하면서 젓가락 문화가 완전히 정착됐다”고 주장했다.
젓가락 문화의 디테일을 가른 또 다른 요인은 쌀의 품종이다. 동양권에서도 한중일에서 젓가락이 식탁의 주인공이 된 것은 찰기 있는 자포니카 쌀을 먹어온 덕분이다. 반면 동남아시아의 주로 먹는 인디카 쌀은 흔히 ‘날아다니는 쌀’로 불릴 만큼 찰기가 없다. 이 때문에 젓가락을 사용하지 않는 동남아 국가에서는 보통 국수를 먹을 때 젓가락을 사용하는 편이다.
◆ 나라마다 달라지는 젓가락의 형태
한·중·일 가운데 유일하게 금속 젓가락이 대중화된 곳은 한국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의하면 무거운 고기 요리와 양념된 절임 반찬을 집기에 금속이 가장 위생적이고 실용적이라는 점이 작용했다. 나무젓가락을 사용하면 김칫국물이 젓가락에 스며들 것이다. 또한 금속을 최대한 절약할 수 있는 형태로 젓가락을 제작해 일본과 중국에 비교하면 젓가락이 작고 납작한 편이다. 여기에 국이나 찌개를 숟가락으로 떠먹는 문화가 더해지면서 한국은 숟가락과 젓가락을 동시에 사용하는 독자적인 ‘수저 문화’를 완성했다.
중국의 젓가락은 길고 끝이 뭉툭한 것이 특징이다. 대식구가 커다란 회전식 원탁에 차려진 음식을 멀리서도 쉽게 집어 와야 하기 때문이다. 왕 교수는 “젓가락은 춥고 건조한 날씨에서 뜨겁게 끓이고 건져 먹는 것을 선호하는 북중국에서 탄생했다”며 “식사 도구가 아닌 조리도구로 먼저 사용됐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대나무, 나무 등 다양한 재료로 젓가락을 만든다. 손잡이가 짧은 숟가락 ‘탕츠’는 죽·탕·볶음밥 등을 먹을 때 쓰는 중국 특유의 식탁 풍경이다. 이는 일본 라멘집에서도 ‘렌게’라는 이름을 종종 발견할 수 있다.
일본의 젓가락은 세 나라 가운데 가장 짧고 끝이 뾰족한 형태를 띤다. 이는 생선 섭취가 많은 식문화의 영향으로 생선 가시를 정교하게 발라내거나 잘게 썬 절임 채소를 집기 편하게 발달한 결과다. 특히 개인 접시에 각자의 음식을 담아 먹는 데다, 밥그릇을 손에 들고 젓가락으로 쓸어 먹는 습관이 정착되면서 젓가락의 길이도 짧아졌다. 일본은 국물도 그릇째 들어 마시는 식문화가 발달해 한중일 가운데 식탁에서 숟가락을 제일 적게 사용하는 나라로 꼽힌다. 일본 젓가락에는 주로 나무에 옻칠한 제품이 쓰인다.
◆ 대중문화와 첨단과학을 품은 젓가락
현대에 이르러 젓가락은 단순히 음식을 집는 도구만이 아닌 문화를 담는 매개체로 진화하고 있다. 아이돌 그룹 BTS가 지난 3월 정규 5집 ‘아리랑(ARIRANG)’ 발매를 기념해 선보인 굿즈가 대표적인 예다. 상단에 앨범 로고를 각인해 특별함을 더한 스테인리스 소재의 젓가락은 전통 소형 소반, 와인 스토퍼 등과 함께 출시됐다. 해당 상품들은 신세계백화점 본점에서 열린 팝업스토어에서도 공개돼 오픈 직후부터 팬들의 ‘오픈런’과 방문 행렬이 이어지는 등 큰 인기를 끌었다.
젓가락은 첨단과학의 영역에도 닿았다. 일본 음료 기업 ‘기린’은 메이지대 미야시타 요시아키 교수 연구팀과 협업해 짠맛을 1.5배 강하게 느끼게 하는 젓가락을 개발했다. 손목시계형 기기와 연결된 젓가락을 통해 인체에 무해한 미세 전류를 흘려보내 혀가 인지하는 짠맛을 1.5배 증폭시키는 원리다. 2022년 개발한 이 젓가락은 고혈압 환자 등 저염식이 필수적인 이들을 위해 개발됐다. 원래 젓가락 형태로 상용화를 목표했으나 기술적 한계 등으로 인해 현재는 ‘일렉솔트 스푼’과 ‘일렉솔트 컵’이라는 숟가락과 컵 형태로 바꿔 시중에 판매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