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사 최초 5선 서울시장 고지에 오르면서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 부상한 오세훈 서울시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사건 1심 선고가 다음 달 22일 이뤄진다. 2021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정치브로커’ 명태균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하고 그 비용을 후원자에게 대납하게 했다는 이른바 ‘여론조사 비용 대납’ 의혹이 첫 사법 판단을 받게 되는 것이다.
2024년 말 제기된 뒤 수사만 1년가량 이어진 해당 의혹은 오 시장의 혐의 성립 여부 등 법적 쟁점이 아닌, 명씨의 주장을 둘러싼 진실공방 양상으로 흐르며 본질을 비껴갔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말 오 시장 등을 기소한 김건희 특별검사팀(특검 민중기)이 재판 과정에서 결정적 증거를 내놓지 않겠느냔 전망도 있었으나, 결국 제시된 건 정황 증거뿐이었다.
법조계에 따르면 이 사건의 핵심은 오 시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가 성립하는지 여부다. 오 시장의 혐의사실을 입증하려면 그가 여론조사비 대납 사실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다는 증거나 비용을 대신 내달라고 했다는 본인 또는 대납자의 진술, 통화 내용, 문자메시지 등이 확보돼야 한다. 오 시장과 후원자 김한정씨는 모두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해왔다.
김건희 특검팀은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조형우) 심리로 열린 오 시장 등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결심공판에서 “오 시장은 유력 정치인으로서 누구보다 정치자금법을 준수해야 할 지위에 있음에도, 정치활동과 밀접한 여론조사 비용을 법 절차를 거치지 않고 제삼자에게 지급하게 해 정치자금의 투명성 확보라는 입법 목적을 훼손했다”며 징역 1년6개월과 추징 3300만원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오청했다. 특검팀은 구형을 하면서 그간 오 시장 측이 재판 과정에서 한 주장들을 반박하며 “(여론조사비) 대납의 동기가 충분하다”거나 “오 시장이 명씨에게 건 부재 중 전화가 확인되는 등 정황 증거가 발견됐다” 같은 설명을 덧붙였다.
특검팀은 아울러 명씨가 그간 수사기관과 재판에서 한 발언들을 거론하며 “명씨의 진술과 부합한다”, “명씨의 말이 사실로 확인된다”, “명씨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는 등 정황 증거로 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공판들에서와 마찬가지로 오 시장의 육성이나 문자메시지·통화 녹음파일 등 혐의를 입증할 결정적인 물증은 결심공판 때까지 등장하지 않았다.
오 시장 측은 처음 의혹이 불거졌을 때부터 “여론조사비를 대납시킬 이유가 없고, 대납시킨 적도 없다”는 주장을 일관되게 이어오고 있다. 오 시장과 함께 기소된 김씨 역시 “개인적인 궁금증으로 명씨 측에 여론조사를 의뢰한 것이고, 명씨가 경제적 어려움 등을 호소해 몇 차례 돈을 보내줬을 뿐, 오 시장이나 당시 선거캠프와는 무관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설사 김씨가 명씨 측에 돈을 보내고 여론조사 결과를 오 시장 쪽에 보냈더라도 오 시장이 사전에 그 사실을 인지하거나 김씨한테 비용을 대신 내달라고 요청했다는 증거가 없다면 혐의 성립이 어렵다”며 “상당히 오랜 기간 압수수색이나 관계자 조사 등 수사를 벌였는데도 특검이 내놓은 정황 증거는 결정적인 게 하나도 없는 것 같다”고 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형사소송의 원칙 중 하나인 ‘증거재판주의’의 관점에서, 재판부가 유죄를 선고하긴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치권에선 특검팀의 기소가 무리한 기소였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오 시장 사건 결심공판이 열린 17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글에서 “(특검팀은) 기소 자체가 목적이었을 것”이라며 “무죄를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저는 직접 저 특검의 수사를 받아봤기 때문에 내용을 잘 안다”며 “같은 여론조사 의혹의 정점에 있던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씨조차 1, 2심에서 연달아 무죄를 받았다”고도 부연했다. 오 시장 역시 특검팀의 기소를 강도 높게 비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