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력 일간지들이 미국과 이란의 종전 양해각서(MOU)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그가 악화하는 경제 상황에 겁을 먹고 서둘러 종전에 합의했다며 일제히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8일(현지시간) 사설에서 “놀랍게도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석유 무기’에 맞선 미국의 약점을 사실상 인정했다”며 이번 종전 협상을 사실상의 실패로 규정했다. WSJ는 “트럼프 대통령의 특징은 솔직함 때문에 정치적 의도가 그대로 드러난다는 점”이라며 “그가 이란 정권과 왜 협상에 나섰는지 설명하는 과정에서 이 점이 다시 확인됐다”고 꼬집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종전 MOU 서명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내가 보고 싶지 않았던 것은 경제적 재앙이었다”고 말해, 전쟁 장기화에 따른 경제적 비용 급증이 종전 합의의 핵심 배경이었음을 시사했다. 이에 대해 WSJ는 “트럼프 대통령은 중간선거를 앞두고 치솟는 유가와 하락하는 주식시장에 대한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었다”고 해석했다.
WSJ는 발언의 맥락을 고려할 때 이번 MOU는 미국이 열세에 놓인 상황에서 체결된 것이라는 점도 암시한다고 지적했다. 이 매체는 “미국에 다른 선택지도 있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위험을 감수하기를 주저했다”며 “2개월간의 허술한 휴전 기간 동안 여론이 악화되고 전략비축유가 줄어드는 가운데, 결국 이란의 경제적 압박에 굴복했음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라고 비판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이날 사설에서 “미국은 뚜렷한 성과 없이 비싼 대가만 치렀고, 그 와중에 이란 정권은 살아남았다”며 종전 합의를 혹평했다. WP는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1930년대 대공황 시기의 허버트 후버 전 미국 대통령을 언급한 대목에 주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나는 후버 전 대통령처럼 되고 싶지 않았다”며 “이런 상황을 그대로 놔뒀다면 그런 일이 벌어졌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WP는 이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후버의 유산에 사로잡혀 있음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라며 대공황을 불러와 미국 경제를 파국으로 몰고 간 대통령으로 기록될 가능성을 우려했다고 풀이했다.
WP는 또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 목표와 관련해 스스로 했던 말을 뒤집었을 뿐 아니라, 그가 내세웠던 목표들이 MOU에 제대로 반영되지도 못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의 목표로 이란의 미사일 능력 파괴, 해군력 궤멸, 핵무기 보유 차단, 외부 세력 지원 중단 등을 꼽았지만, 이들 핵심 요구사항이 정작 합의문에는 명시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WP는 “이란은 놀라우리만큼 양보한 것이 거의 없다”며, 미국이 얻어낸 것은 “매우 미미한 성과”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런 작은 성과를 위해 미군 장병 13명이 목숨을 잃었고, 약 400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상기시켰다. WP는 “이란은 약화된 미국의 억지력을 역이용하려 할 수 있다”며, 이번 종전이 과연 지속 가능한 평화를 담보할 수 있는지에 대해 깊은 의문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