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전 ‘환상 크로스’로 조규성 헤더 이끈 엄지성 “월드컵 뛰고 있다는 것 실감 안돼. 그래서 긴장도 안된다” [과달라하라 IN SEGYE]

[과달라하라=남정훈 기자] 한국과 멕시코의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2차전이 열린 19일(이하 한국시간) 멕시코 과달라하라의 에스타디오 아크론. 홍명보호는 경기 초반부터 공격이 뜻대로 풀리지 않았다. 전반에 나온 가장 위협적인 장면이었던 이강인의 침투 로빙 패스를 받은 손흥민이 골키퍼와의 1대1 상황에서 시도한 로빙 슈팅은 상대 수비가 끝까지 쫓아가 골라인 통과 직전 오버헤드킥으로 걷어냈다. 다만 이 장면은 오프사이드가 선언돼 슈팅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대한민국 축구국가대표팀 조규성이 18일(현지시간) 멕시코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A조 조별리그 2차전 대한민국과 멕시코의 경기에서 슛을 시도하고 있다. 사진 = 뉴스1

이날 홍명보호의 첫 유효슈팅은 0-1로 뒤진 후반 42분에야 나왔다. 후반 26분 홍명보 감독은 공격력 강화를 위해 좌우 윙백으로 선발 출전한 설영우와 김문환을 빼고 양현준과 엄지성을 투입했고, 후반 32분엔 중원 요원인 백승호를 빼고 타겟맨 스트라이커 유형의 조규성까지 투입하며 공격을 강화했다. 교체 투입의 결과로 나온 게 후반 42분의 첫 유효 슈팅이었다.

 

왼쪽 측면을 파고든 엄지성이 날카로운 크로스를 올렸고, 조규성이 완벽한 타이밍을 뛰어올라 공에 머리를 갔다댔다. 그러나 멕시코 골키퍼 라울 앙헬의 선방에 막히고 말았다. 조규성이 다시 한 번 밀어넣으려 했으나 이마저 저지됐다. 이날 경기에서 한국이 골에 가장 근접한 장면이었다. 결국 홍명보호는 0-1로 석패하며 조 1위를 멕시코에게 내줬고, 이제는 조 최하위로도 떨어질 수 있는 경우의 수도 생겼다. 물론 25일 몬테레이에서 맞붙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승리하거나 비기기만 해도 조 2위를 차지하며 LA행 비행기를 탈 수 있다.

 

축구 국가대표팀 엄지성이 19일(현지 시간) 멕시코 과달라하라 인근 사포판에 위치한 베이스캠프 훈련장 치바스 바예 베르데에서 훈련 전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경기 이튿날인 20일 멕시코 과달라하라 인근 사포판의 치바스 베르데 바예 훈련장에서 회복 훈련을 앞두고 엄지성이 취재진 앞에 섰다. 엄지성에게 후반 42분 상황에 대해 묻자 그는 “경기를 마치고 영상을 보니 크로스가 꽤 강하게 올라갔는데, 제가 찼을 때는 마치 슬로모션처럼 공이 천천히 날아가는 것처럼 보였다”면서 “그 짧은 순간에도 가나전 득점 장면이 떠올랐다. 골이 들어갔다면 승점을 챙기고 더 좋은 분위기 속에서 다음 경기를 준비할 수 있었을 텐데 많이 아쉽다”고 했다.

 

엄지성이 언급한 가나전은 2022 카타르 월드컵의 가나전이다. 당시 한국은 전반에만 가나에 두 골을 내주며 끌려갔지만, 후반 들어 이강인의 날카로운 크로스를 조규성이 헤더로 연결해 추격의 불씨를 지핀 바 있다. 당시 가나전에서 조규성은 멀티골을 터뜨리며 한국 선수 중 유일하게 한 경기 멀티골을 터뜨린 선수로 여전히 남아있다.

 

대한민국 축구국가대표팀 엄지성이 18일(현지시간) 멕시코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A조 조별리그 2차전 대한민국과 멕시코의 경기에서 조규성에게 크로스를 올리고 있다. 사진 = 뉴스1

엄지성은 “(조)규성이형을 보고 올린 건 아니었다. 제가 측면을 파면 크로스를 올리는 게 약속된 플레이였기에 누군가 있을 것이라고 믿고 올린 크로스였다”면서 “교체 투입될 때 감독님께서 제게 측면에서 1대1 돌파한 뒤 크로스를 올리는 공격적인 플레이를 많이 해달라고 주문하셨다. 연습도 많이 했고 타이밍 좋게 찼는데 득점으로 이어지지 않은 건 그냥 운이 따르지 않았던 것 같다. 다음 경기에서 다시 그런 장면을 많이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 스완지시티에서 주축 윙포워드로 뛰며 지난 시즌 44경기에서 2골 5도움을 기록한 엄지성은 대표팀 내 자신의 역할을 잘 알고 있다. 그는 “내가 팀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은 크로스나 슈팅 등 공격적인 상황을 만드는 것이다. 소속팀에서도 그런 플레이가 장점이었던 만큼 경기장에서 최대한 보여주려 했다”고 말했다.

 

엄지성은 이번 북중미가 생애 첫 월드컵 무대다. 2-1 역전승을 거뒀던 지난 12일 체코전에서도 후반 교체 투입됐던 엄지성은 멕시코전에서도 후반 교체로 그라운드를 밟았다. 홍명보 감독이 경기 국면을 바꾸고자 할 때 선택하는 조커로 완벽히 자리잡았다.

 

대한민국 축구국가대표팀 엄지성이 18일(현지시간) 멕시코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A조 조별리그 2차전 대한민국과 멕시코의 경기에서 드리블 하고 있다. 사진 = 뉴스1

엄지성은 “저 역시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월드컵을 응원하던 입장이라 아직 제가 이런 무대에 뛰고 있다는 게 실감이 나지 않는다. 실감이 나지 않아서 그런가 오히려 긴장이 덜 된다”라고 말했다.

 

18일(현지 시간) 멕시코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대한민국과 멕시코의 경기, 대한민국 벤치에서 선수들이 롱스로인을 시도하는 엄지성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 = 뉴시스

멕시코전에서 월드컵 조별리그 역사상 2차전 승리 및 조 1위 확정을 노렸던 한국은 이제 조 1위느 멕시코에게 내줬지만, 여전히 32강 진출을 향한 경우의 수는 한국에게 웃어주고 있다. 1무1패의 체코가 조 1위를 확정한 멕시코와의 최종전에서 승리하더라도 한국이 남아공을 승리하면 승점에서 앞서서 조 2위, 비겨도 승자승 원칙에 의해 조 2위를 거머쥔다.

 

엄지성은 “선수단 분위기는 좋다”면서 “멕시코전에서 득점하지 못한 것에 대해 선수들 스스로 반성을 많이 했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큰 동기부여가 됐다. 이를 원동력 삼아 다음 경기까지 장점은 극대화하고 단점은 최소화하겠다. 자신감은 떨어지지 않았고,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