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전신에 해당하는 G6의 창설은 197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국내총생산(GDP) 규모를 기준으로 미국, 일본, 서독(현 독일), 프랑스, 영국이 차례로 세계 1∼5위를 달리던 시절이다. 당시 경제학자들은 어느 한 나라가 국제경제에 일정한 영향을 미치려면 그 GDP가 적어도 전 세계 GDP 총합의 4%는 돼야 한다고 여겼다. 이 조건을 충족하는 이탈리아까지 합류시켜 1975년 프랑스에서 최초의 G6 정상회의가 열렸다.
캐나다는 세계 최대 부자 나라들의 신생 클럽에 꼭 참여하고 싶었다. 하나 당시 캐나다 GDP는 전 세계 GDP 총합의 2.3%에 그쳤다. 이른바 ‘4% 기준’에 모자란 만큼 1975년의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다. 낙담한 캐나다 정부는 피에르 트뤼도 총리가 직접 나서 이웃 나라 미국 설득에 주력했다. 이듬해인 1976년 G6 정상회의 의장국은 미국이었고, 캐나다는 미국의 전폭적 지원 아래 그 일원이 될 수 있었다. 지금의 G7이 탄생한 순간이었다. 캐나다의 G7 가입 실현은 트뤼도의 최대 업적으로 꼽힌다. 그 아들 쥐스탱 트뤼도가 아버지 후광을 등에 업고 2015년 캐나다 총리에 오른 것은 우연이 아니다.
동서 냉전이 치열하던 시절 G7은 경제는 물론 정치 영역에서도 서방을 대표하는 기구였다. 소련(현 러시아) 해체로 냉전이 끝나고 G7은 한동안 세계 대소사(大小事)를 모두 결정하는 회의체로 여겨졌다. 러시아를 끌어들여 G8로 확장하며 정말 그렇게 될 뻔했다. 그런데 2000년대 들어 러시아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통치 아래 권위주의 독재 국가로 탈바꿈했고 2014년 G8은 붕괴했다. 여기에 중국, 인도, 브라질 등 신흥국들 경제가 무섭게 성장했다. 오늘날 GDP 규모로 미국(1위)과 독일(3위)은 기존 순위를 고수하고 있으나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등은 진작 중국(2위)과 인도(5위)에 밀려났다. 인도는 조만간 일본(4위)도 추월할 전망이다.
올해 제52회 G7 정상회의가 지난 15∼17일 프랑스 에비앙에서 열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관심이 온통 미·이란 전쟁을 끝내기 위한 합의 성사에 쏠린 나머지 유럽 국가들이 회의를 주도했다. 이견 노출은 없었으나 그렇다고 뚜렷한 성과를 꼽기도 힘든 G7 회의 종료 직후인 19일 중국 관영 매체 차이나데일리가 ‘G7이 세계를 지배하던 시대는 갔다’라는 도발적인 제목의 논평을 내놓았다. 논평은 “미국 등 G7 국가들이 세계 GDP 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05년 60%에서 최근 40%로 떨어졌다”며 “반면 중국의 비중은 2005년 7%에서 지난해 18%로 늘었다”고 소개했다. 중국이 빠진 G7에 무슨 힘이 있겠느냐는 조롱이다. 이른바 ‘초강대국’으로 불리는 미국·중국·러시아 모두 자국 이익만을 좇아 독주를 일삼는 가운데 G7의 시대가 저물어 가는 것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