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액배상’ 해줘도 1억 4000만원 남는다… 삼성 성과급 특수에 동탄 아파트 계약 해제 속출

5월 계약 해제 건수 전월 대비 74% 급증... 규제지역 지정 전 막판 갭투자 수요 몰리며 호가 24억 원 돌파
18일 서울 시내의 아파트 단지가 보이고 있다. 뉴시스

 

반도체 특수로 달아오르고 있는 화성 동탄신도시의 아파트값이 크게 오르면서 계약 해제 사례도 급증하고 있다.

 

◆ 삼성 성과급 타결이 불을 지핀 동탄 집값... 한 달 새 5억 원 폭등

 

21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기반한 최근 한 달간(지난달 22일부터 이번 달 21일까지)의 집계에 따르면 화성시 동탄구 아파트 매매 계약은 총 1456건이 신고됐다. 실거래가 신고 기한이 남아 있어 거래량이 실시간으로 추가 반영되는 흐름이다. 이는 지난해 10·15대책 당시 규제지역 대상에서 빠지면서 풍선효과가 나타난 작년 11월의 1121건보다도 많은 거래량이다.

 

이 가운데 최근 한 달간 집계된 계약해제 건은 총 82건에 달한다. 지난달 27일 삼성전자 노사가 고액의 반도체 성과급 지급과 5억 원의 주택담보대출 등을 약속하고 아파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자 노사 합의 전 낮은 가격에 집을 팔았던 집주인들이 계약해제를 요구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동탄시 청계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지난달에 16억원에 매도했던 집주인이 매수자에게 받았던 계약금 10%를 반환하고 자기 돈 1억6000만원을 배상한 뒤 3억원을 올려 19억원에 매물 다시 내놨다”라며 “배액배상을 해줘도 1억4000만원은 남다보니 평소보다 계약해제가 많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동탄에서 가장 선호도가 높은 동탄역세권 인근 아파트의 경우 삼성전자 성과급 타결 후 불과 2주 사이 평균 3억 원에서 4억 원 이상 올랐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동탄역세권 내 대장주인 ‘동탄역 롯데캐슬’ 전용면적 84㎡는 이달 4일 역대 최고가인 22억2500만 원에 팔린 뒤 현재 호가가 24억 원까지 치솟았다. 불과 한 달 전 실거래가인 19억 원에서 20억 원과 비교해 4억 원에서 5억 원이 뛴 셈이다.

 

◆ 중도금 선지급 신경전 확산... 남동탄까지 번진 풍선효과

 

실제 동별로 계약해제가 가장 많은 곳은 동탄역세권 아파트들이 몰려 있는 청계동이다. 계약 해제율이 동탄 평균 수준의 2배에 육박하는 수치이다. 역시 ‘동탄역 롯데캐슬’ 아파트가 위치한 동탄구 여울동은 청계동에 이어 두 번째로 해제거래가 많았다.

 

계약 해제가 늘면서 이를 막기 위해 중도금을 미리 주겠다는 매수인과 거절하는 매도인 간에 분쟁이 발생하기도 한다.

 

동탄의 한 공인중개사는 “중도금이 오가면 계약 해제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중도금을 선지급하겠다는 매수인과 이를 거절하고 계약을 파기하겠다는 매도자 간 신경전도 대단하다”라며 “계약은 유지하는 대신 매수자가 매도자에게 일정 금액의 위로금을 건네는 선에서 마무리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18일 서울 시내의 부동산 중개업소에 매물 정보가 표시되어 있다. 뉴시스

 

현재 동탄2신도시 내 동탄역세권 신축아파트에서 시작된 가격 상승 불길은 인근 중저가 단지로 번지고 있다. 남동탄으로 불리는 호수공원 일대 아파트는 동탄역에서 차로 15분 이상 떨어져 있지만 동탄역을 잇는 동탄도시철도 트램 건설이 추진되면서 투자 수요가 몰리는 중이다. 송동 ‘동탄린스트라우스더레이크’ 전용 106.94㎡는 이달 7일 15억 원에 계약되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지난달 실거래가 대비 1억 원에서 1억3000만 원 이상 높은 금액이다.

 

송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직원처럼 실수요자들도 있지만 비규제지역으로 갭투자가 가능하다 보니 전세를 끼고 임대하려는 투자수요가 많이 늘었다”고 말했다. 직주근접을 원하는 대기업 임직원의 탄탄한 실수요층에 실거주 의무가 없는 비규제지역의 특성이 결합하면서 외부 투자 유입이 가속화된 결과로 해석된다.

 

◆ 규제지역 지정 저울질 속 시장 양극화... 향후 전망은

 

정부가 현재 동탄을 비롯한 수도권 비규제지역 집값 급등지를 규제지역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시장의 반응은 두 갈래로 나뉘는 모양새다. 실수요자들은 가격 상승에 대한 피로감이 커진 상황에서 규제지역 지정 후 가격이 떨어지면 사겠다며 관망세로 돌아선 분위기이다. 반면 전세를 낀 갭투자를 원하는 투자수요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기 전에 사겠다면서 지난 주말에도 꾸준히 중개업소를 찾았다.

 

동탄의 한 공인중개사는 “성과급 확대 후 분위기가 심상찮을 때 바로 규제지역으로 묶었어야 했는데 정부와 정치권이 지방선거 등을 의식하며 지체하는 사이 가격이 전례 없이 많이 올랐다”라며 “규제지역과 토허구역으로 지정되면 갭투자 수요는 줄겠지만 반도체 직원들의 고액 성과급 특수가 있어서 가격이 얼마나 내려갈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