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0년간 국내 탈모 진료비가 1.7배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올해 하반기 탈모약에 건강보험 적용 추진을 검토하는 가운데 건보 재정 소요 추계도 이뤄지지 않아 ‘졸속 추진’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시민사회에서도 건보 재정 여건을 우려하며 “지속가능성을 따져야 한다”고 반발한다.
2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실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내 탈모 진료비는 2016년 268억3000만원에서 지난해 468억5000원으로 74.6% 급증했다.
현재 탈모 치료 시 자가면역질환에 해당하는 원형 탈모나 지루성피부염 등에만 급여가 적용되며 유전성 탈모 등의 치료는 비급여 항목이다. 원형 탈모 등에 대해 건강보험 재정에서 직접 지출되는 공단 부담금도 같은 기간 173억8000만원에서 312억2000만원으로 79.6% 늘었다. 진료 인원은 같은 기간 21만2141명에서 23만5216명으로 10.9% 늘었다.
전체 진료비와 원형 탈모 듭에 투입되는 건보 재정이 2배 가까이 늘어난 상황에서 정부가 논의 중인 유전성 탈모까지 급여화할 경우 재정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향후 건보를 탈모약에 적용했을 때의 재정 추계에 관해 충분한 검토를 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은경 복지부 장관은 지난 11일 정부 출범 1주년 계기 정책간담회에서 “건강보험을 적용할 경우 어떤 방식으로 재정이 들어갈까에 대한 실무 검토를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건보공단은 재정 소요 추정치 요청에 “급여 대상, 범위, 기준 등 구체적인 방안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으로, 현시점의 재정 소요 추계에는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정 장관은 지난해 말 복지부 업무보고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탈모약 건보 적용을 주문하자 “건강보험 재정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이라고 우려한 바 있다.
김미애 의원은 “급여화 대상조차 건강보험 통계로 잡히지 않아 공단마저 재정 소요를 추계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건강보험 적용 논의부터 앞세우는 것은 순서가 바뀐 것”이라며 “건강보험은 국민이 부담하는 사회보험인 만큼 재정 추계와 재원 마련방안, 정책 우선순위에 대한 검토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 재정이 얼마나 들지도 모르는 정책을 먼저 발표하고 나중에 비용을 따지는 방식은 국민이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의 탈모약 급여화 추진 방침에 의료계에 이어 보건∙시민단체도 반발에 나섰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은 “새로운 건강보험 지출을 결정할 때 기회비용과 지속가능성을 엄격하게 따져야 한다”며 “탈모치료제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면 신규 이용과 장기 처방이 크게 늘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지속해서 추진 중인 정부의 의료개혁 실행방안에 따른 건보 재정 투자를 고려하면 건보 누적 준비금 소진 시점은 2029년이다. 올해부터 건보 재정은 지출이 수입을 넘어 적자가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