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달라하라=남정훈 기자] 이런 게 연예인의 삶일까요. 현장 스케치를 위해 멕시코 과달라하라 대성당 근처를 지날 때면 과달라하라 시민들 중 다수가 “꼬레아?”라고 물으며 같이 사진을 찍자고 합니다. 본 기자뿐만 아니라 2026 북중미 월드컵 취재를 위해 이곳을 찾은 한국 취재진은 물론 한국인 관광객들이 모두 경험한 일입니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습니다. 어린 아이부터 할아버지, 할머니들까지. 갓난 아기부터 할아버지까지 삼대에 걸친 대가족과 함께 사진 촬영한 적도 있습니다. 일정이 다소 타이트해 요청을 거부하려다가도 한국에 있는 제 딸아이 또래인 두 세 살 난 아기를 내세워 찍자고 하면 쉽사리 거부하기 힘듭니다. 그래서 찍다보면 또 어느새 사람들이 몰려듭니다. 과달라하라에 와서 현지인들과 사진 찍은 게 못해도 100회는 훌쩍 넘길 듯합니다. 연예인도 아닌 제게 이런 일이 생기다니 참 재밌습니다.
사진을 찍다보면 이들의 한국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엿볼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등의 간단한 인사말은 기본입니다. 한국에서 한창 유행하던 손가락 하트나 볼 하트 포즈를 취하는 이들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이들이 한국을 좋아하는 이유는 다양합니다. BTS나 블랙핑크 등 한국 아이돌을 좋아해서 한국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졌다고 하는 젊은이들이 많습니다. 오징어게임 등 넷플릭스를 통해 접한 한국 드라마 얘기도 들립니다. 한국에서 말로만 듣던 K컬쳐의 세계적 위상을 멕시코에서 새삼 체감하고 있는 중입니다.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스웨덴에 0-3으로 대패해 탈락 위기에 몰렸던 멕시코였지만, 한국이 독일을 2-0으로 잡아주면서 멕시코의 16강 진출이 확정됐기에 그때 일을 기억해 감사하다며 “한국과 멕시코는 형제다”라고 얘기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멕시코 현지인들의 한국 취재진을 향한 감정이 살짝 날카로웠던 적이 있었습니다. 한국-멕시코전을 전후로 한 몇 시간 정도는 경기장에서 마주친 한국 취재진에게 사진 촬영 요청이 뚝 끊겼죠. 그러나 A조 1위 결정전이었던 한국과 멕시코의 맞대결에서 멕시코가 1-0으로 승리한 이후엔 멕시코인들이 저희에게 훨씬 더 친절하고 관대해졌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먼저 다가와 저희를 위로하는 멕시코인들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 60대 중년의 호세 콴씨는 “걱정하지마. 한국은 좋은 팀이야. 너희들도 ‘넥스트 스테이지’에 올라갈 수 있어”라며 저희 취재진을 위로해주었습니다.
멕시코의 제2의 도시지만, 한국 교민은 그리 많지 않은 과달라하라기에 평소에도 한국인만 보면 사진을 찍자고 하나 싶어 이창선 과달라하라 한인회장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이 회장은 “평소엔 절대 그렇지 않다. 이번 월드컵을 계기로 생겨난 문화라고 보면 된다”라고 하더군요. 멕시코인들의 축구 사랑을 다시 한 번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저는 이제 과달라하라를 떠나 남아프리카공화국과의 조별리그 최종전이 펼쳐지는 멕시코 몬테레이로 넘어갑니다. 멕시코 내 최대 마약조직이라는 할리스코 신세대 카르텔의 본거지라고 해서 처음엔 무서웠던 과달라하라지만, 흡사 연예인이 된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해준 이곳은 평생 잊지 못할 듯합니다. 과연 몬테레이에 있는 멕시코인들은 어떨지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