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 운전자 교통사고가 늘고 있지만 농촌 노인들은 쉽게 운전대를 놓지 못하고 있다. 대중교통이 부족한 농촌지역에서는 면허 반납이 곧 이동권 포기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강원 철원군 상노리에 거주하는 전모(78)씨는 최근 가족들로부터 운전면허 반납을 권유를 받았지만 결정을 못 내리고 있다. 전씨는 “뉴스를 통해 고령운전자의 사고 위험이 높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선뜻 면허를 반납하기는 어렵다”며 “농사를 지으려면 차가 필요한 데다 하루에 버스가 4차례만 운행되는데 어떻게 병원 진료와 은행 업무 등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겠냐”고 호소했다.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47%에 달하는 경기 포천시 관인면 주민들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산불감시원으로 생계를 잇는 서모(72)씨는 “도시에선 면허를 반납해도 전철이나 버스를 타면 되지만 그렇지 못한 농촌 노인들에게 자동차는 생존수단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농촌의 고령층이 면허 반납에 어려움을 겪는 현실은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문제는 면허 반납이 저조한 가운데 고령운전자 사고는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경찰청과 한국도로교통공단의 지난해 전국 교통사고 통계자료에 따르면 고령운전자 교통사고는 4만5873건으로 전년 대비 8.3% 증가, 사망자도 843명으로 1년 새 10.8% 늘었다. 경기북부지역도 지난해 전체 교통사고 1만1991건 가운데 65세 이상 운전자 사고는 2706건으로 전체의 22.6%를 차지했다. 이는 2021년 14.4%보다 8.2%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전문가들은 고령운전자 안전 문제를 개인의 선택에만 맡겨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현재 각 지방자치단체는 운전면허를 자진 반납하는 고령층에게 교통카드나 지역화폐 등을 지원하고 있지만 농촌에서는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사실상 이동권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기 때문이다.
최윤재 한림대 교수(사회학)는 “20만∼30만원의 인센티브로 면허 반납을 권유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대중교통이 부족한 상황에서 면허를 반납할 경우 고령층의 사회활동 위축은 물론 우울감 증가와 건강 악화 등 또 다른 사회적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의 한정면허제나 유럽의 운전 적합성 평가처럼 안전성을 높이는 제도를 도입하는 한편 농촌지역 교통 인프라 확충을 병행해야 한다”며 “고령운전자 정책은 교통안전 정책이면서 동시에 이동권 보장 정책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