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타의 대표 SUV ‘RAV4’(라브4)가 약 7년 만의 완전변경 모델로 돌아왔다. 1994년 출시된 라브4는 오프로드 중심이던 기존 SUV 시장의 틀을 깬 ‘도심형 SUV’의 개척자로 꼽힌다. 지난해 기준 글로벌 누적 판매량은 1500만대에 달한다.
토요타 ‘올 뉴 RAV4’ 내부.
미국에서 SUV 1위를 놓치지 않는 라브4이지만 한국에서의 존재감은 크지 않다. 21일 토요타코리아에 따르면 2009년 3세대 모델을 시작으로 국내에 출시된 라브4는 지난달까지 누적 3만2599대 팔렸다. 상품성과 가격 경쟁력이 뛰어난 국산 동급 모델과 수입차 시장의 프리미엄 선호 현상에 고전 중인 셈이다.
그런 라브4가 이번 6세대 ‘올 뉴 라브4’로 반전의 계기를 만들 수 있을까. 토요타는 올 뉴 라브4를 가솔린이나 순수 전기차 모델 없이 하이브리드(HEV) 2종,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2종 총 4개 트림으로 구성했다. 그중 주행 성능을 강조한 ‘PHEV GR 스포츠’를 중심으로 지난 17일 인천 일대에서 약 130㎞ 구간을 주행하며 라브4를 시승해봤다.
토요타 ‘올 뉴 RAV4’ 외관. 토요타코리아 제공
◆‘괴물 연비’에 정숙성·주행감까지
토요타는 이번 6세대 모델을 선보이며 시스템 총출력을 전 세대 대비 대폭 향상하면서도 특유의 연료 효율성은 끌어올렸다. 올 뉴 RAV4 PHEV는 22.68㎾h 대용량 리튬이온 배터리를 탑재해 EV모드로만 최대 77㎞를 달릴 수 있다. 실제 출퇴근 환경이나 근거리 도심 주행 조건이라면 가솔린 엔진의 개입 없이 배터리와 전·후륜 모터만으로 운용할 수 있는 수준이다. 시스템 총 출력은 329마력으로, 기존 모델보다 23마력 높아졌다. 급속 충전도 가능해 약 35분이면 배터리를 10%에서 80%까지 충전할 수 있다.
주행감은 부드럽고 편안했다. 가속 페달에 힘을 주면 전기모터 특유의 빠른 응답성을 바탕으로 시속 50∼60㎞까지 매끄럽게 속도를 올렸고, 엔진 소음과 진동이 억제돼 실내는 높은 정숙성을 유지했다. 이어진 고속화도로 구간에서 속도를 높이자 2.5ℓ 가솔린 엔진이 개입하며 모터와 유기적으로 구동을 분담했다. ‘하이브리드 명가’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내연기관이 가동되고 정지하는 과정의 이질감이 크게 줄어들어 계기판을 확인하지 않으면 전환 시점을 인지하기 어려웠다.
PHEV 모델의 공인 복합 연비는 15.3㎞/ℓ다. 시승 구간이 나눠져 정확한 연비 측정이 어려웠지만 대체로 공인 수치를 훌쩍 넘어섰다. 오토 주행 모드에서는 차량이 스스로 EV 모드와 HEV 모드를 오가며 상황에 맞게 효율적으로 동력을 배분했다. 일반 하이브리드 모델의 성능과 연비도 한층 좋아졌다. XLE 트림은 시스템 총 출력 230마력에 복합 연비 19.0㎞/ℓ, 리미티드 트림은 시스템 총 출력 239마력, 복합 연비 15.6㎞/ℓ의 높은 효율성을 자랑한다.
◆모터스포츠 감성 더한 ‘GR 스포츠’
이번 올 뉴 라브4 라인업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트림은 단연 ‘PHEV GR 스포츠’다. GR은 토요타의 모터스포츠 브랜드 ‘가주 레이싱’(Gazoo Racing)의 약자다. 세계 최정상급 토요타 가주 레이싱팀이 개발 단계부터 참여했고, 전용 서스펜션과 전자식 파워 스티어링(EPS) 튜닝, 경량 20인치 휠 등을 적용해 주행 성능을 높였다. 여기에 전용 그릴과 블랙 오버펜더, 실내 곳곳에 적용된 레드 스티치와 GR 로고 등 차별화된 디자인 요소를 더해 스포티한 감성을 시각적으로도 구현했다.
자동차전용도로에서 주행 모드를 ‘스포츠’로 전환한 뒤 가속 페달을 깊게 밟자 엔진음이 커지며 차체가 시원하게 뻗어 나갔다. 전기모터의 즉각적인 토크가 뒷받침되면서 주춤하는 기색 없이 최고 속도 영역까지 지치지 않고 매끄럽게 속도를 붙였다. 고속 주행 상황에서 차선을 변경하고 앞차를 추월하는 과정도 부드럽고 민첩하게 이루어졌다.
무의도로 진입하는 왕복 2차선의 좁고 굽이진 연속 코너(와인딩) 구간에서는 하체의 안정감이 돋보였다. 일반 모드임에도 스티어링 휠 조작에 차체가 즉각 반응했다. SUV 특유의 높은 차체에도 불구하고 코너에서 차체가 바깥쪽으로 쏠리는 느낌이 크지 않았다. 도심형 SUV로서 모터스포츠 감성을 느끼며 운전의 재미를 느끼기엔 충분했다. 다만 최상위 트림인 GR 스포츠에 국내 소비자 선호도가 높은 통풍시트와 헤드업디스플레이(HUD)가 빠진 점은 아쉬웠다.
◆한국 공략 위해 ‘LG유플’과 협업
신형 라브4 곳곳에는 6세대 풀체인지를 거치며 한국 소비자에게 다가가려 노력한 흔적이 역력하다. 기존 PHEV는 불가능했던 급속 충전이 지원된 것이 대표적이다. 외관은 토요타의 최신 디자인 언어인 ‘해머헤드’를 적용해 입체적이고 강인한 도심형 SUV의 인상을 완성했다.
실내 인테리어도 진화했다. 센터페시아 중앙에는 16대 9 비율의 시원한 12.9인치 대형 디스플레이가 탑재됐다. 여기에 LG유플러스와 협업해 개발한 새로운 내비게이션과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적용했다. 다만 실내 마감에 사용된 플라스틱 소재의 빈도나 전체적인 대시보드 레이아웃은 화려함을 선호하는 국내 소비자 기준에서 다소 투박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럼에도 올 뉴 라브4가 지닌 본질적인 가치는 분명하다. 오랜 기간 검증된 토요타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독보적인 내구성과 도심·고속도로 주행을 가리지 않는 압도적 연비는 화려한 옵션 이상의 실용성을 증명한다. 여기에 한층 견고해진 주행 기본기와 운전의 즐거움, 진화한 한국형 커넥티비티까지 갖췄다. 눈에 보이는 화려함보다 기름값과 충전 스트레스에서 자유로운 경제성, 차 자체의 완성도와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삼는 소비자들에게 올 뉴 라브4는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듯하다.
올 뉴 라브4의 권장소비자가격(부가가치세 포함, 개별소비세 3.5% 기준)은 △HEV XLE 4927만원 △HEV 리미티드 5746만원 △PHEV XSE 6160만원 △PHEV GR SPORT 6180만원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