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한반도 평화 공존 길 여는 데 스스로 하기 어려운 상황 돼” 밝혀 국제 사회 공조로 국면 전환 노려
李 “트럼프, 군함 10척 건조 물어” 조선·방산 전략적 가치 높아질 듯
이재명 대통령이 미국, 교황청 등 국제사회와의 협력을 통해 북한과의 대화에 물꼬를 트려는 모습이다. 북한이 남한에 대한 적대정책을 고수하며 대화, 교류를 한사코 거부하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 단독으로는 국면 전환이 쉽지 않다는 현실 인식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 낼 현실적 힘을 가졌고,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대화에 적극성을 보여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 대통령의 요청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순방 성과 브리핑 이재명 대통령이 19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유럽 및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순방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청와대사진기자단
이 대통령은 유럽 순방 및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성과를 설명하는 지난 19일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북핵 문제를 논의한 사실을 공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대통령에게 “북한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핵물질 생산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 중단을 시작으로 비핵화를 추진하는 단계적 접근 방안을 설명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그것도 뭐 하나의 방법일 수 있겠다. 충분히 고민해 보겠다”고 답했다.
북한과의 대화를 위해 정부는 교황 레오 14세에게 방북을 제안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5일 교황에게 내년 서울 세계청년대회(WYD)를 계기로 방한해 줄 것을 요청하면서 비무장지대(DMZ) 방문과 북한 방문도 제안했다. 교황은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추진해 보겠다”고 답했다. 외교가에서는 교황청이 2024년 한·쿠바 수교 과정에서 역할을 한 전례가 있는 만큼, 향후 북·미 또는 남북 간 대화 여건 조성 과정에서도 일정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 대통령의 이런 행보는 남북 간 대화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 레오 14세 등 주요 지도자들의 참여를 통해 남북관계를 푸는 계기를 만들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브리핑에서 “한반도 평화공존의 길을 여는 데 우리 대한민국 스스로 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며 ‘피스메이커’가 아닌 ‘페이스메이커’일 수밖에 없는 현실적 제약을 언급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미국 군함 10척을 빠르게 건조해 줄 수 있겠느냐”는 질문을 받았다고 공개했다. 미국이 중국 견제와 해군력 재건을 위해 한국 조선업의 생산 역량에 관심을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조선·방산 분야에서 한국의 전략적 가치가 높아지면서, 한·미 간 협력의 접점도 확대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20일(현지시간) 미국이 동맹국들에 더 큰 안보 부담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한국 방위산업이 새로운 수혜자로 부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폴리티코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한국이 유럽의 주요 무기 공급국으로 자리 잡았으며, 빠른 납기와 가격 경쟁력, 기술 이전 역량을 강점으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