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육군이 중일전쟁(1937∼1945년) 당시 동물의 혈액을 사람에게 주입하는 비윤리적 실험을 반복했다는 기록이 발견됐다.
20일 산케이신문, 마이니치신문 등 현지 언론은 일본 육군 군의 조직의 기관지에 이른바 '이종 수혈' 실험을 보고한 내용이 남아 있었다고 보도했다.
해당 문서에 따르면, 1940년 3월 열린 '육군 군진 의약학 연구회'에서 도쿄 군의학교의 한 교관은 "이번 사변에서 동물을 혈액 공급원으로 한 수혈 사례를 다수 경험했다"고 밝혔다. 당시 '이번 사변'은 중일전쟁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회의에는 육군성 의무국장을 비롯해 군 의무장교와 약제 장교 등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록에 나타난 실험 대상자는 모두 23명이다. 이들은 문서상 '환자'로 표기됐지만, 신원은 확인되지 않았다. 이들에게 실제 수혈이 필요했는지, 일본군 부상병이었는지를 설명하는 내용도 남아 있지 않았다. 이 때문에 중국 현지에서 민간인이나 포로 등을 상대로 실험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실험에는 말과 양, 개 등의 혈액이 사용됐다. 일부 대상자에게는 말의 혈액이 대량으로 수혈됐고, 수술로 목 부위의 혈류를 차단한 뒤 동물 혈청을 주입하는 방식도 포함됐다. 닭의 피를 넣어 적혈구가 사람 몸 안에 얼마나 남아 있는지 살피는 실험도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종 수혈은 다른 종의 혈액을 주입하는 과정에서 심각한 거부 반응이 발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당시에도 상식을 벗어난 실험으로 여겨졌다.
기록에는 고열 등 부작용이 나타났지만 사망 사례는 없었다는 내용도 담겼다. 보고자는 이를 근거로 이종 수혈을 본격적인 연구 과제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험 시기는 1938년 가을로 기록됐다. 장소는 문서에서 생략돼 있다. 당시 군 검열로 삭제됐을 가능성이 있다. 전장에서 수혈용 혈액 확보가 어렵다는 명목 아래 중국에서 실험이 진행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현지 언론들은 "일본군은 패전 직후 인체실험 관련 자료를 대거 폐기하거나 은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군 의료조직의 공식 기관지에 구체적인 실험 기록이 남아 있었다는 점은 이례적이다. 이번 문서는 일본군의 전시 범죄 실태를 규명하는 데 중요한 사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뉴시스>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