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오찬 테이블에서 AI 기업 수장들이 국가 정상들과 나란히 자리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옆에는 샘 알트먼 오픈 AI 최고경영자(CEO)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주변에는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CEO가 앉으면서 AI 안전 기준과 국제 규칙 주도권과 관련한 새 권력 구도가 드러났다는 평가다.
20일(현지시각) 미국 인터넷 매체 액시오스는 프랑스 에비앙레벵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서 미국 주요 AI 기업 CEO들이 세계 주요 민주국가 정상들과 함께 AI 국제 규칙과 안보 활용 방안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액시오스는 이번 논의를 두고 정부와 AI 기업 사이 권력 균형이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AI 기업들이 앞으로 경제와 안보를 떠받칠 핵심 기술을 만들고 있는 만큼, 이들 기업의 결정이 국가 정책·국제질서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좌석 배치도 상징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오른쪽에는 알트먼이, 왼쪽에는 구글의 AI 조직 ‘딥마인드’의 수장 데미스 하사비스 CEO가 앉았다. 하사비스는 지난 2024년 노벨 화학상 공동 수상자다.
마크롱 대통령 곁에는 앤트로픽의 아모데이 CEO와 세일즈포스의 마크 베니오프 CEO도 자리했다. 메타의 AI 책임자인 알렉산더 왕을 비롯해 프랑스 미스트랄AI, 일본·독일·이탈리아영국의 AI 관련 기업연구기관 관계자들이 오찬에 참석했다.
알트먼이 회의장에 들어서자 각국 장관과 고위 인사들이 그를 보기 위해 몰려들었다고 전해졌다. AI 기업들이 외교 무대의 중심으로 진입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는 국가 정상 간 양자 회담에 준하는 형식으로 여러 정상과 별도 회동도 진행했다. 각국 정상들은 AI 기업들이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가 돼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그는 비공개 발언에서 “AI가 규칙을 정하고 관리할 책임을 오픈 AI 같은 회사에 넘기지 말라”며 “어느 한 회사가 결정을 내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알트먼은 AI 안전장치가 마련된 다음에는 과도한 규제보다 개인의 자유와 기술 활용을 최대한 보장하는 쪽에 무게를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우리는 미국 기업이고 미국 법의 지배를 받지만, 이 자리에 있는 민주국가들의 주권을 깊이 인정하고 존중한다”고도 말했다.
아모데이는 첨단 AI 도입 기준과 규제를 두고, 민주국가들이 제각각 움직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권위주의 국가와의 경쟁 속 민주국가들이 AI 주도권을 함께 지켜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알트먼도 AI 성능과 위험을 검증하고, 국제 기준을 논의할 협의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기구가 각국이 AI 기준을 함께 논의하는 창구로서 기능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사비스는 AI가 인간 사회를 근본적으로 바꿀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특이점의 산기슭에 서 있는 순간’이라고 표현했는데, 특이점은 AI가 인간 능력을 초월해 사회 전반을 급격히 바꾸는 전환점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이어 “10년, 20년 뒤 이 시기를 돌아보면 인류 역사에서 새로운 시대가 다가오던 순간으로 보게 될 것”이라며 “미국이 주도하되 민주주의 동맹국들이 함께 참여하는 AI 기준·검증 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회의는 각국 정상·AI 기업 수장들이 AI 통제권과 국제 규칙 등을 놓고 협력하기도, 충돌하기도 하는 시대의 신호탄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