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번째 임기(2017년 1월∼2021년 1월) 당시 행정부 2인자였던 마이크 펜스(67) 전 부통령이 미국·이란 종전 양해각서(MOU)를 강하게 비판했다. 펜스는 트럼프와의 악연에도 불구하고 대(對)이란 전쟁만큼은 지지해왔다.
펜스의 부친은 6·25 전쟁 당시 미 육군 장교로 참전해 훈장까지 받은 전쟁 영웅이다.
21일(현지시간)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펜스가 보낸 기고문을 게재했다. 해당 글에서 펜스는 트럼프 주도로 체결된 미·이란 종전 MOU에 대해 “이란의 (핵무기) 위협을 끝장내기 위해 필요한 수준에 한참 못 미친다”고 비판적 시각을 드러냈다. 그는 “지난 47년간의 교훈은 이란 정권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는 점”이라며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핵 프로그램 폐기 외에는 어떤 보장도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란은 47년 전인 1979년 이슬람 혁명으로 팔레비 왕정이 무너지고 현재와 같은 ‘신정(神政·정치와 종교의 일치) 체제’가 들어섰다.
이번에 트럼프는 미국 국내에 동결된 이란 자산 해제를 승인했다. 이란 입장에선 대단한 경사가 아닐 수 없다. 반면 이란의 핵무기 개발 포기 및 호르무즈 해협 완전 개방 등은 추후 과제로 미뤄졌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에 지나치게 양보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펜스도 “먼저 경제적 보상을 제공하고, 나중에 양보를 요구해선 안 된다”며 “양보를 먼저 받아야 한다”는 말로 아쉬움을 드러냈다.
지난 2월28일 미군이 이란을 겨냥한 ‘장대한 분노’(Epic Fury) 작전에 돌입한 직후 트럼프는 “이란의 탄도미사일 생산 시설 및 발사 기지를 대부분 무력화했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이란은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등 중동의 친미 국가들을 상대로 보복에 나서며 건재한 탄도미사일 능력을 과시했다. 펜스는 이 점을 지적하며 “MOU는 이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사실상 그대로 두고 있다”고 탄식했다. 이어 “(트럼프는) 이란에 이스라엘과 중동 각국 위협을 중단하라는 요구도 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트럼프는 전임자인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인 2015년 맺어진 이른바 ‘포괄적 공동행동계획’(JCPOA)을 맹비난했다. 이는 핵무기 보유국이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미국·영국·프랑스·중국·러시아 5개국에 독일을 더한 6개국과 이란 간의 합의를 의미한다. 이란이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는 대신 국제사회는 이란을 겨냥한 경제 제재를 해제하는 것이 핵심이다. 하나 오바마 뒤를 이어 대통령으로 취임한 트럼프는 2018년 ‘이란에 너무 유리하다’는 이유를 들어 일방적으로 JCPOA를 파기했다.
그런데 펜스는 이번 미·이란 MOU가 정작 JCPOA와 내용 면에서 별 차이가 없다고 지적했다. “MOU 내용을 보며 JCPOA가 떠올랐다”고 단언한 펜스는 트럼프를 겨냥해 “이란 정권이 (국민의 민주화 요구 시위 등으로) 궁지에 몰려 있는 기회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고 꾸짖었다.
펜스는 2000∼2010년대 인디애나주(州)에서 공화당 소속 연방 하원의원 및 주지사 등을 지냈다.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의 러닝메이트로 발탁돼 선거 승리 후 4년간 부통령을 역임했다. 정통 보수주의자인 그는 2021년 트럼프가 대선 결과에 불복하며 일으킨 1·6 사태 이후 트럼프와 정치적으로 결별했다. 이 때문에 트럼프 지지자들, 이른바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세력으로부터 ‘배신자’란 소리를 듣고 2024년 대선 후보를 뽑기 위한 공화당 경선에서도 좌절을 겪었으나 반(反)트럼프 소신을 굽히진 않았다.
펜스의 부친 에드워드 펜스는 6·25 전쟁 참전용사다. 1952년 소위 계급장을 달고 한국 전선에 투입된 에드워드 펜스는 중공군과의 전투에서 큰 공을 세워 1953년 4월15일 동성훈장(Bronze Star Medal)을 받았다. 펜스는 부통령 시절 집무실 벽에 아버지가 훈장을 받는 사진과 그 훈장을 걸어놓은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