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회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촉발된 서울 잠실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개표소 봉쇄 시위가 18일째 이어지며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었다. 경찰은 대한체육회 업무 방해 및 불법 수색 등 36건의 위법 행위에 대해 전방위 수사에 착수했고, 검경 합동수사본부는 투표관리원 9명을 소환하며 투표용지 부족 사태의 진상 규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경찰은 시위대 강제 해산을 위한 기동대 투입에는 여전히 신중한 태도를 견지하며 치안 확보와 참정권 보장 사이에서 딜레마를 겪고 있다.
◆ 불법 행위 36건 수사망 압축…특정 인물 출석 요구
경찰청은 22일 정례 간담회를 통해 개표소 주변에서 발생한 불법 행위 총 36건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공언했다. 수사의 핵심은 체육회 종사자들의 출입을 막은 업무방해와 여자 핸드볼 선수들을 대상으로 벌어진 불법 수색 행위다.
경찰이 적용을 검토 중인 혐의는 강요·업무방해 5건, 명예훼손·모욕 6건, 공무집행방해 2건, 폭행 등 23건으로 집계됐다.
지난 16일 핸드볼경기장으로 진입하려던 대한체육회 관계자의 출입을 막은 시위대는 남성 5명·여성 4명 등 9명으로 확인됐고, 경찰은 이 가운데 남녀 각 1명 등 2명의 신원을 특정해 출석을 요구한 상태다.
이른바 ‘올다르크’로 불리며 출입문을 가로막았던 여성은 업무방해 혐의로 수사 대상에 올랐다. 앞서 지난 7일 밤 지하 출입문 잠금장치를 물리적으로 훼손하고 침입한 무단침입자의 신원도 추적되고 있다.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불법 행위는 면밀한 채증을 거쳐 엄중히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다.
◆ 합수본, 투표관리원 9명 소환…진원지는 잠실7동
시위대의 명분인 투표용지 부족 사태 규명 역시 검경 합동수사본부를 중심으로 속도를 내고 있다.
합수본은 사태의 진원지로 지목된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 투표관리원을 시작으로 지방자치단체 소속 투표관리원 9명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다. 잠실7동 제2투표소는 투표용지가 부족해 투표 마감 시각을 오후 10시로 미룬 투표소 중 하나다.
합수본은 강남·서초·광진·동작 등 나머지 지역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들도 순차적으로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수사의 또 다른 초점은 선거 당일 오전 송파구 선관위가 투표용지 부족을 조기에 감지했음에도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약 5시간 동안 별다른 대응에 나서지 않은 경위다.
투표용지를 담았던 보관 상자가 임의로 폐기됐다는 의혹도 수사 대상에 올랐다. 중앙선관위가 지난 9일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이번 선거에서 전국 투표소 91곳의 투표용지 7194장이 부족했던 것으로 집계됐다.
시위대는 해당 투표소의 투표함이 보관된 핸드볼경기장을 증거 보존 목적으로 원천 봉쇄하고 있으나, 역설적으로 이러한 점거가 수사기관의 현장 접근과 진상 규명을 지연시키는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 기동대 투입 딜레마…엇갈리는 여론 속 신중론
시위 장기화로 인한 피로도와 불안은 고조되고 있다. 첫 주말 시위 이후 규모는 점차 감소 추세지만, 송파경찰서 무기고 탈취 협박 댓글이나 흉기 자해 소동 등 돌발 변수가 현장의 긴장감을 끌어올리고 있다.
현장에 배치됐던 경찰관 6명이 부상을 입어 심리 지원을 받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경찰은 투표함 이송을 위해 기동대를 투입했던 선거 당일과 달리 현재 상황을 주최자 없는 집회로 규정하며 강제 해산에 신중하다.
체육회 출입 보장과 집회 해산 문제는 경찰의 단독 결정을 넘어 사회적 합의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 경찰 지휘부의 판단이다.
경찰이 즉각적인 강제 해산을 주저하는 배경에는 현행법상 권리 충돌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집회의 자유와 대한체육회의 시설 사용권, 핸드볼 선수들의 신체의 자유가 정면으로 부딪히는 데다 투표함이라는 선거 증거물의 보존 요구까지 겹치면서 어느 한쪽의 손을 일방적으로 들어주기 어려운 구조다.
봉쇄 18일째 불법행위 36건 수사로 확산되는 동안, 물리적 충돌 없이 진상 규명과 사태 종결을 이끌어내는 것이 경찰의 최대 과제로 남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