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 판세와 후보 경쟁력을 취재하던 중 한 교수가 물었다. 지방선거에서는 후보 개인의 경쟁력보다 정당과 전체 선거 구도가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이야기를 하다가 나온 질문이었다.
윤선영 사회2부 기자
이름과 소속 정당, 주요 이력 정도는 안다고 답하자 교수는 웃으며 말했다. “저도 우리 동네 구청장에 대해 자세히 몰라요. 하물며 지방의원은 더 그렇죠.”
전화를 끊고 곰곰이 생각해 봤다. 4년 전 뽑힌 시장의 사업 몇 가지가 어렴풋이 떠올랐지만 그게 전부였다. 지방의원은 겨우 한두 명의 이름만 외우고 있을 뿐이었다. 일과 일상 속에서 중앙정치는 자연스럽게 접하고 관심을 두면서도 내 생활과 맞닿은 지역정치는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만큼은 꼼꼼히 따져보겠다는 마음으로 집에 날아온 공보물을 펼쳤다. 그러나 열댓 개나 되는 공보물 속엔 장밋빛 미래를 약속하는 미사여구와 형식적인 내용만 가득했다. 누가 정말 이 공약을 실현할 역량을 갖췄는지 가려낼 만한 정보는 보이지 않았다. 후보의 도덕성을 판단할 수 있는 전과 기록은 글씨 크기와 배치가 제각각이라 놓치기 쉬웠다.
결국 공보물을 덮고 인터넷 검색에 나섰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내 후보자 명부, 정책·공약마당에 접속했지만 이내 한숨이 나왔다. 선거 단위별로 검색과 클릭을 수차례 반복하고 후보마다 별도 상세페이지를 열어야 해 찾기도 읽기도 어려웠다.
현역 후보의 지난 의정활동을 평가하려면 지방의회 등 다른 기관의 자료를 아예 따로 살펴야 했다.
관심을 갖고 정보를 찾아 나서도 맥이 빠지는데 디지털에 익숙지 않거나 생업에 바쁜 유권자는 어떨까 싶었다. 게다가 광역·기초단체장에서 지방의원으로 내려갈수록 정보 편차는 커졌고 그나마 확인할 수 있는 내용도 대체로 빈약했다. 관심이 적어 정보가 쌓이지 않고 정보가 부족해 다시 관심에서 멀어지는 악순환처럼 보였다. 가까이 있는 정치인일수록 오히려 아는 것이 적어지는 역설이다.
풀뿌리 민주주의로 불리는 지방자치는 1991년 지방의회, 1995년 민선단체장 선거로 외형을 갖췄다. 하지만 30년이 지나도록 후보를 판단할 정보 기반은 여전히 허술했다.
후보에 대한 정보가 부족할수록 유권자의 판단 기준은 줄어들고 그 빈자리는 중앙정치의 구호가 채운다. 후보 개인이 보이지 않으면 유권자는 익숙한 정당과 기호에 기댈 가능성이 커진다. 정당과 기호가 여러 기준 중 하나가 아니라 사실상 유일한 기준이 되는 셈이다.
물론 지방선거가 중앙정치의 대리전이 된 데는 중앙당 공천 같은 구조적 요인이 크게 작용한다는 지적이 많다. 그러나 후보를 판단할 정보가 부족한 현실이 그 흐름을 부추긴다는 점도 외면할 수 없다. 정보가 풍부해지고 접근성이 높아진다고 모두가 관심을 갖는 것은 아니지만 정보가 닿지 않는 곳에서는 관심조차 싹트기 어렵다.
유권자에게 성실한 선택을 요구하려면 후보 자질을 따져볼 정보부터 쉽고 선명하게 보여줘야 한다. 내 생활과 가장 가까운 정치인을 뽑는 선거에서 정작 후보가 가장 멀리 있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