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주를 마시면서 한 번도 그 병 안에 우는 사람이 있다고는 생각지 못했다. 붉은 눈, 붉은 뺨의 우는 얼굴은 어디에나 있다는 걸 알면서도…….
우는 사람 앞에서는 사실 별다른 도리가 없다. 그를 안아줄 수도, 따뜻한 외투를 그의 등에 슬쩍 올려줄 수도 있겠지만 그런 것들이 쉽게 위로가 되지는 않는다. 울음을 그치게 할 수는 없다. 울음을 그치는 것은 온전히 우는 사람의 몫이다. 그 자신의 의지다. 울음을 물린 뒤 남은 자리에 문득 차오르는 새것이 있다면, 비 갠 하늘에 스미는 빛처럼, 그 또한 우는 사람이 안간힘으로 길어 올린 다짐 같은 게 아닐는지.
우는 얼굴이 눈물을 털고 일어서는 모습을 보고 싶다. 독한 사랑이든 이별이든, 그보다 더 독한 그리움이든 그만 다 털고 그가 다시 걸어가는 뒷모습을 오래 바라보고 싶다. 그러다 그를 떠난 “붉은 물”이 이제 내게로 와 흐른다면 천천히 음미할 것이다. 병 하나가 완전히 다 빌 때까지.
박소란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