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창업자 아이디어 털린 ‘모두의 창업’ 정보 유출사태

정부가 공들여 온 전국민 창업 경진대회 ‘모두의 창업’이 출범하자마자 파행을 겪고 있다. 최종 선발된 예비 창업자 5000명의 이메일 주소와 심사평은 물론, 사업 아이디어 요약본까지 통째로 외부에 유출되는 사고가 터진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날로 심각해지는 ‘K자형 성장’ 해소 차원에서 추진 중인 토너먼트식 창업 오디션으로 최종 우승자에게는 상금 등 사업자금 10억원이 지원된다. 이번 사태가 취지와는 달리 청년의 창업 도전과 열정에 찬물을 끼얹는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

이번 정보유출은 허술한 보안관리에 정부의 부실관리가 더해진 전형적인 인재다. 범인은 외부 해커가 아니라 참가자들을 돕겠다며 프로젝트에 참여한 정부 협력사인 인공지능(AI) 솔루션 공급업체였다. 이 업체는 보안이 허술한 정부 서버에 접근, 비공개 이메일을 무단 수집한 뒤 홍보와 영업에 활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긴 격이다. 정부의 보안 불감증도 심각하다. 주무 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창업진흥원은 지난해 보안감사에서 관리자 접근통제와 암호설정 등 15개 항목에서 미흡·취약하다는 지적을 받았지만, 절반가량은 그대로 방치됐다. 지난달에는 참가자의 비공개 정보가 외부에 과도하게 노출된다는 제보까지 뭉갰다고 하니 어이가 없다. 중기부와 진흥원은 흥행몰이에만 급급하다가 화를 키웠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



정부는 실명·전화번호·상세 사업계획이 유출되지 않아 피해 범위가 제한적이라고 했는데 무책임하고 안일한 인식이 아닐 수 없다. 초기 창업자의 독창적인 비즈니스 모델은 대기업이나 경쟁사에 맞서는 유일한 재산이자 무기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창업 아이템이 외부로 흘러가 도용되면 스타트업의 존립마저 위태로워진다. 업계에서 “모두의 창업이 창업 아이디어를 진짜 모두의 것으로 만들었다”는 조롱까지 나온다.

한성숙 국무총리 후보자이자 중기부 장관은 어제 “창업에 도전해 주신 여러분의 신뢰를 지키지 못했다”며 추가 피해 방지를 약속했다. 말에 그쳐서는 안 된다. 정부는 이번 사태의 원인과 경위를 낱낱이 파헤쳐 상응하는 책임을 엄중히 묻고 근본적인 재발방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다음 달 예정된 1만명 규모의 2기 모집에 앞서 실효성 있는 아이디어 보호 대책을 내놓고 공공사업의 외부위탁업체 보안실태도 전면 점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