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고용 유연성 강조하지만… 친노동 정책과 엇박자 [심층기획-기간제법 손질 논란 재점화]

‘정액수당제 금지’ 포괄임금 지침 시행
2027년 공공기관 도입 ‘공정수당’ 우려도
전문가 “정부 과도 개입… 고용 위축”

이재명정부가 보수정권에서 시도했던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법(기간제법) 개편을 다시 띄운 배경으로 ‘고용 유연성’이 꼽힌다. 다만 최근 발표되는 정책들은 고용 유연성과 거리가 멀어 상충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노동계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고용 유연성을 강조해왔다. 지난해 9월 양대 노총 위원장을 만나 “사회가 근본적으로 한 단계 도약하려면, 사회 안전망과 기업의 부담, 고용의 안정성과 유연성 문제를 한 번쯤은 터놓고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고, 올해 3월 새정부 1기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출범식에서도 “기업이 원하는 고용 유연성을 노동자들이 수용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이재명정부가 보수정권에서 시도했던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법(기간제법) 개편을 다시 띄운 배경으로 ‘고용 유연성’이 꼽힌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 대통령의 문제의식은 지표로 뒷받침된다.



지난해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발표한 기업 효율성 부문에서 한국은 60개국 중 44위를 기록했다. 1위는 덴마크였고, 미국(10위), 일본(17위) 등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 한국은 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정부가 기간제 2년 사용 제한을 포함해 기간제법을 손질하려는 이유는 이 같은 경직성을 완화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이 대통령은 올해 4월 민주노총과 간담회에서 기간제법이 되레 실업을 강제한다며 기업들이 5년, 10년 쓸 유인이 있어도 1년11개월 쪼개기 근로계약을 맺는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정부의 전체적인 노동 정책이 유연성을 높이는 방향은 아니라는 점이다.

4월9일부터 시행한 포괄임금 지침이 대표적으로 꼽힌다. 포괄임금은 실제 근로시간과 무관하게 임금을 사전에 정하고, 기본급과 각종 수당을 구분하지 않고 포괄해 지급하는 임금 산정 방법이다. 고용노동부는 기본급과 수당을 구분하지 않는 정액급제, 연장·야간, 또는 휴일 근로수당을 미리 포함해 지급하는 정액수당제를 도입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공짜노동을 막겠다는 취지인데 경영계에서 정액급제뿐 아니라 정액수당제까지 금지한 데 반발이 거세다. 임금 체계 형태를 노사가 자율적으로 못 정하게 해 유연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내년부터 공공기관에 우선 도입하는 ‘공정수당’을 둘러싼 우려도 크다. 고용 불안정이 높은 비정규직에게 일종의 위로금 성격의 보상을 지급한다는 취지인데 노동부는 장기적으로 이를 민간에 확산한다는 계획이다.

김덕호 성균관대 국정전문대학원 겸임교수는 “시장에서 결정돼야 할 것들을 다소 과도하게 정부가 개입하는 느낌”이라며 “영세 사업장까지 공정수당이 확대되면 고용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비정규직 당사자들도 정부 정책에 ‘립서비스에 불과하다’는 박한 평가를 하고 있다. 민주노총 산하 노조가 주축이 된 ‘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투쟁’이 최근 비정규직 노동자 1004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66.7%가 정부의 친노동 발언에 관해 ‘법과 제도 개선 없이는 립서비스에 불과하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