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의 12·3 비상계엄 가담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며 내란 특별검사팀(특검 조은석)의 구형보다 무거운 중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노상원 수첩’의 증명력을 처음으로 받아들이며 계엄 준비 시점이 ‘최소 2023년’이라고 판시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재판장 이진관)는 22일 내란 중요임무 종사와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박 전 장관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비상계엄 이튿날 있었던 서울 종로구 삼청동 안가 회동과 관련해 ‘친목 모임’이었다며 국회에서 허위로 증언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완규 전 법제처장에 대해선 특검팀 수사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공소 기각했다. 특검팀은 올 4월 결심공판에서 박 전 장관에게 징역 20년, 이 전 처장에게 징역 3년을 각각 구형했다.
재판부는 2024년 12월3일 비상계엄 선포 후 박 전 장관이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검토’, ‘교정시설 수용 여력 점검’, ‘출국금지 담당 직원 출근’ 등을 지시한 것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범죄에 순차적으로 가담한 내란 중요임무 종사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로 인한 직권남용 권리행사 역시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박 전 장관의 지시가 사실상 정치적 반대 세력 등을 제압·체포·구금하기 위한 전제 조건이라고 봤다.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를 저지하기 위한 핵심 역할이라는 것이다.
다만 지난해 5월 김건희씨로부터 ‘서울중앙지검에 명품 가방 수수 사건 전담 수사팀이 구성된 경위를 파악해 달라’는 취지 청탁을 받은 뒤 부적절한 지시를 내린 혐의에 대해선 “수사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공소를 기각했다.
특검팀은 그간 노 전 사령관의 수첩 내용을 토대로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결심한 시점을 ‘2023년 10월 이전’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윤 전 대통령 내란 우두머리 사건 1심 재판부는 수첩의 증거 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재판부는 “12·3 내란은 즉흥적으로 결정된 것이 아니고, 적어도 2023년부터 준비됐다”며 “수첩에 기재된 비상계엄 선포 관련 후속조치가 실제 행해졌다고 인정할 수 있다”고 증거 능력을 인정했다.
이 재판부는 앞서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 재판에서도 특검팀이 구형한 징역 15년보다 8년 무거운 징역 23년을, 건진법사 전성배씨의 알선수재 혐의에 대해선 구형량의 두 배인 징역 6년을 각각 선고한 바 있다.
재판부는 이날 증거인멸 우려를 들며 박 전 장관을 법정구속했다. 박 전 장관은 “한 번도 출석에 거부하거나 도주하려고 노력한 바 없다. 주거도 일정하다”고 항변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이날 박 전 장관 선고에 대해 “법무부 수장으로서 부끄럽고 참담한 심정을 금할 수 없다”며 “이번 판결은 어떤 공직자도 헌법과 국민 위에 설 수 없으며 헌정질서와 민주주의를 훼손한 범죄에는 반드시 책임이 따른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해 줬다”는 입장을 밝혔다.
3대(내란·김건희·채해병) 특검팀 수사에 대한 공소 기각 판결은 잇따르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재판장 조순표)는 12일 김씨와 친분을 내세워 투자금을 받았다는 이른바 ‘집사 게이트’ 의혹에 연루된 조영탁 IMS모빌리티 대표에게 무죄와 공소기각을 선고했다. 김씨 의혹과 관련해 특검팀이 재판에 넘긴 국토부 전 서기관의 뇌물 사건도 1, 2심에서 모두 공소기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