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현 충남도지사 당선인의 도지사직 인수기구인 ‘통(通)하는 충남 준비위원회’가 선거 공약 178건을 100개 핵심 과제로 재정비하며 민선 9기 충남도정의 밑그림을 구체화하고 있다.
준비위는 공약압축과 관련 세입과 세출의 불균형에 따라 1조원 안팎의 재정 부족 가능성을 거론하며 기존 사업과 신규 공약의 우선순위 조정 필요성을 제기했는데, 김태흠 충남도지사는 이를 “정치적 과장”이라고 반박하면서 현직 도정과 차기 도정 간 재정 책임 공방이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준비위 김선태 대변인은 22일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11일 위원 위촉식과 현판식을 갖고 본격 활동에 들어간 뒤 11일 동안 준비위원 20명과 자문위원 126명이 참여한 가운데 128차례 회의와 자문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회의와 자문에 참여한 인원은 연인원 1124명에 달한다.
준비위는 민선 9기 도정 비전과 목표 설정, 공약 이행계획 심의, 기존 주요 정책의 보완·개선 방안 마련을 중심으로 도정 현안을 들여다봤다.
당초 검토 대상 공약은 기획조정 4건, AI수도충남 23건, 건설도시 33건, 경제산업 24건, 농림해양 20건, 문화예술체육 18건, 보건복지환경 42건, 정의로운노동 14건 등 모두 178건이다.
준비위는 이들 공약을 유사·연계 사업별로 묶고, 추진 시급성과 재정 여건, 도민 체감도 등을 고려해 100개 과제로 재정비한 것으로 전해졌다. 선거 공약을 실제 예산과 조직, 사업 일정에 연결 가능한 실행 과제로 압축하는 과정인 셈이다.
준비위는 공약 검토와 함께 신규 정책 11건, 제도 개선 과제 14건, 도민 불편 및 사회적 이슈 해결 대안 3건 등 모두 28건의 정책 과제도 제안했다.
신규 정책에는 △민선 9기 공공기관 유치 전략 수립 △AI 기본계획 조기 수립 △AI 기본사회 지수 개발 △공용 AI 내부망 구축 △AI 기반 농어업·농어촌 데이터 개방형 시스템 구축 △노동 전환 기본계획 수립 등이 포함됐다.
특히 AI수도 충남 구상은 산업 육성에만 한정하지 않고 공공행정, 농어촌 데이터, 복지와 생활 서비스 등 도민 일상 전반으로 확장하는 방향에서 검토되고 있다.
준비위가 제시한 제도 개선 과제에는 도 재정 운영 상황 심층 분석과 재정 건전성 확보 방안 마련이 포함됐다. 금강수목원 민간 매각 중지에 따른 후속 조치, 국내외 기업 투자유치 업무협약(MOU) 체결 제도 개선, 내포신도시 활성화 단계별 로드맵 수립, 리브투게더 개선 및 공공주거 정책의 중장기 추진 방향 등도 함께 검토 대상에 올랐다.
김선태 준비위 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도 재정 운영 상황에 대한 심층 분석과 재정 건전성 확보 방안 마련을 정책 개선 과제로 제안했다”며 “현재 세입과 세출의 불균형으로 1조원 정도의 재정 부족 사태가 생길 수 있어 추경 재원을 어떻게 확보할지 대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행정의 연속성을 고려할 때 특정 시기의 사업을 이분법적으로 분리해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며 “도민 생활과 밀접한 사업을 중심으로 우선순위를 다시 정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태흠 충남도지사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준비위의 재정 위기 진단을 정면 반박했다.
김 지사는 “조정하고 관리해야 할 재정 수요까지 모두 예산 구멍으로 포장해 위기인 양 몰아가는 것은 재정 진단이 아니라 정치적 과장”이라며 “민선 8기 채무 증가는 미래 성장 기반 마련과 취약계층 지원을 위한 적극적 투자의 결과”라고 주장했다.
준비위가 향후 하반기 추가경정예산 재원 확보 방안, 투자유치 MOU 체결 현황, 공공기관 통합 적정성, 비능률적인 도정 정책 개선 등을 집중 점검하겠다고 밝힌 만큼 재정 공방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민선 9기 충남도정의 첫 시험대는 결국 100개 핵심 과제를 어떤 기준으로 우선순위화하고, 재정 부담을 줄이면서도 도민과 약속한 정책을 얼마나 실행 가능한 예산·일정·책임 체계로 연결하느냐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