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JTBC를 둘러싸고 사옥 화장실의 비데와 정수기를 철거하고 있다는 식의 악의적인 가짜뉴스가 온라인상에서 무분별하게 확산하고 있다. 그러나 22일 세계일보 취재 결과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경영난이라는 사실에 거짓 정보를 교묘하게 섞어 유포하는 방식이어서, 내부 구성원과 가족들이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 익명 커뮤니티·SNS 타고 번진 ‘비데 철거’ 괴담
이번 논란은 직장인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급격히 퍼졌다. 해당 게시글에는 ‘JTBC 사옥 화장실에서 비데와 정수기를 철거하고 있다’ 등 구체적인 정황을 제시했다.
여기에 ‘환경미화 인력과의 계약을 전면 해지’했으며 ‘사내 어린이집까지 폐쇄 수순을 밟고 있다’는 자극적인 폭로가 더해져 파장이 커졌다.
이후 일부 온라인 매체와 유튜브 숏폼(쇼츠) 영상, 직장인 커뮤니티 등에는 비데 철거 목격담을 다룬 게시물이 잇따라 올라왔다.
이러한 소문은 대중 사이에서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여지며 기업 이미지에 타격을 입혔다.
◆ 206억 디폴트·CCC 강등…실제 위기가 키운 루머
허위 사실이 이토록 빠르게 신뢰를 얻은 배경에는 중앙그룹과 JTBC가 처한 실제 재무 위기가 존재한다.
JTBC는 지난 12일 미르제이차 56억원·제일티비씨제이차 150억원 등 약 206억원 규모의 유동화차입금채권 원리금을 상환하지 못해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태에 빠진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날 나이스신용평가는 JTBC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기존 ‘BBB(부정적)’에서 투기 등급인 ‘CCC’로 강등했고, 기업어음·전자단기사채 등급도 ‘A3’에서 ‘C’로 낮췄다.
한국기업평가 역시 무보증사채 등급을 ‘BBB’에서 ‘BB’로 하향 조정했다. 창사 이래 가장 심각한 경영 악화 상태다.
대중은 이러한 부실 징후와 온라인상의 루머를 유기적으로 연결 지으며 허위 정보를 사실로 오인했다.
◆ “급여도 정상 지급”…본지가 만난 직원의 반박
그러나 본지 취재 결과 온라인에 유포된 내용은 사실과 달랐다. 22일 세계일보와 만난 JTBC 직원 A씨는 “비데나 정수기 모두 정상적으로 잘 사용하고 있으며 건물 미화원분들도 변함없이 정상 출근하고 계신다”고 소문을 일축했다.
A씨는 “오늘(22일) 월급날인데 급여도 차질 없이 정상 지급됐다”며 “미확인 정보를 바탕으로 자극적인 쇼츠 영상이나 게시글을 만들어 배포하니 사람들의 눈길을 끌어 화제가 된 것 같아 매우 씁쓸하다”고 토로했다.
특히 그는 “가족이나 지인들이 인터넷에 올라온 허위사실을 직접 보고 큰 걱정을 하며 연락을 해온다”며 근거 없는 루머로 인한 2차 피해를 호소했다.
한편 기업 경영 위기 국면에서 나타나는 정보 왜곡 현상은 미디어 리터러시의 부재와 플랫폼 알고리즘 구조가 결합한 결과다.
유동성 위기나 디폴트 같은 민감한 경제적 사건일수록 자극적인 허위 루머가 숏폼 콘텐츠와 익명 커뮤니티를 통해 정정 보도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재생산되는 경향이 있는데, 일부에서 조회수 중심의 수익 모델이 이같은 가짜뉴스를 만들고 확산한 것으로 보인다.